이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와 비운의 천재연출가의 충격적인 만남.
이 특별한 영상물은 독일의 젊은 감독 겸 연출가 올리버 헤르만의 충격적인 백조의 노래다. 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2004년)는 바로 김기덕 감독이 영화 ‘사마리아’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던 자랑스러운 무대였다. 바로 그 축제 기간 동안 특별한 영화의 시사회가 있었는데 5개월 앞서 40세의 한창의 나이로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올리버 헤르만의 무성영화가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라이브연주와 함께 상영되었던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혁명적인 발레 ‘봄의 제전’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단편영화는 남편의 죽음 이후 무기력증에 빠진 에스더, 아버지의 성적학대 끝에 섹스중독에 빠져버린 루치아, 심각한 결벽증의 결과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바르도트 박사 세 사람이 환상 속에서 부두교 풍의 주술적인 전례를 통해 자신들의 심리적인 상처를 말끔히 치유 받는 과정을 상징적이고도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래틀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나, 현대인의 심리적인 공황과 초자연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종교행위를 강렬하게 대비한 헤르만의 풍부한 상상력과 앞선 실험정신에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