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서 버림받은 여군주의 비극을 다룬 벨리니의 역사 오페라
벨리니는 로시니, 도니제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작곡가다. 그는 34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10편 정도의 오페라를 남겼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벨칸토 오페라의 정석을 담은 주옥과 같은 작품들이다. 183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에서 초연되었던 <텐다의 베아트리체>는 15세기 초반 밀라노의 여군주였던 베아트리체 라스카리스 디 텐다의 비극적인 죽음을 소재로 삼은 역사 오페라다. <노르마>, <몽유병의 여인>, <청교도>의 그림자에 가려진 작품이지만,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를 염두에 두고 완성한 작품답게 인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유려한 선율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간 이 오페라의 거의 유일한 영상이었던 2001년 취리히 오페라 실황마저도 현재 폐반된 상태이기에 이번 신보의 발매는 벨리니 애호가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2월 카타니아 테아트로 마시모 빈센초 벨리니에서의 공연실황을 담은 것으로, 그리스 출신의 대형 소프라노 디미트라 테오도슈가 당당한 존재감과 원숙한 기량으로 타이틀 롤을 열연하였다.

[보조자료]
- <텐다의 베아트리체>는 중세 북이탈리아의 실제 역사를 소재로 삼은 오페라다. 오페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베아트리체 라스카리스 디 텐다(1372-1418)는 비안드라테의 백작 파치노 카네의 부인이었다. 1412년 결혼 생활 9년 만에 그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남편 휘하의 군사들과 엄청난 재물은 모두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그녀의 군사력과 재물에 눈독을 들였던 밀라노의 공작 필리포 비스콘티는 자신보다 20세나 연상이었던 그녀와 기꺼이 결혼을 하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필리포는 점점 베아트리체 대신 젊은 정부 아네세 델 마이노를 가까이 하였고, 결국 1418년 간통의 혐의를 씌워서 베아트리체를 참수형에 처하고 만다.

- 베아트리체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카를로 테달디 포레스의 희곡 'Beatrice di Tenda'를 토대로 펠리체 로마니가 리브레토를 각색하였다. 이 오페라는 작곡가의 양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마>와 <청교도>의 사이에 완성되었다. 당시 벨리니는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였던 주디타 파스타와 밀월관계를 갖고 있었는데, 특별히 그녀를 염두에 두고 완성했던 오페라가 이 작품이다. 작곡가와 깊은 협력관계를 갖고 있던 대본작가 펠리체 로마니는 내용이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와 너무 유사하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벨리니를 위해 대본을 완성하였다. 시간에 쫓겼던 벨리니는 초연 때까지 피날레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베아트리체의 마지막 아리아는 자신의 이전 작품인 <비앙카와 페르난도>의 것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