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텐블로의 1막이 복원된 1886년 모데나 버전을 담은 최신 영상물
<돈 카를로>는 베르디의 오페라들 중에서 가장 긴 연주시간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 오페라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사랑과 권력, 그리고 종교를 빌미로 처절하게 번민하고 갈등하다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원래 이 오페라는 파리 오페라의 위촉으로 완성되었기에 5막 구성의 프랑스어 오페라로 1867년 3월 11일에 초연되었다. 하지만 이 오리지널 버전은 너무나 긴 연주시간을 요구했기에, 베르디는 1막 전체를 들어내는 등의 과감한 개작을 감행하였다. 그 결과 1867년 볼로냐에서 있었던 이탈리아 초연 때에는 4막 구조로 단축된 이탈리아어 버전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후 1886년 모데나에서는 1막이 다시 복원된 형태로 이탈리아어 버전이 공연되었는데, 본 영상물에 수록된 버전이 바로 이 5막 구성의 1886년 버전이다. 2012년 10월 바로 그 모데나에서 펼쳐졌던 공연실황을 수록한 것으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충실히 반영한 프랑코니 조셉 리의 전통적인 무대가 돋보인다.

[보조자료]
- <돈 카를로>의 무대는 16세기 중반의 스페인이다. 당시 필리포 2세 치하의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기반으로 유럽 최고의 강대국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필리포 2세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아들 돈 카를로의 정혼자였던 프랑스 공주 엘리자베타(엘리자베트 드 발르와)와 결혼함으로써 부자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민중 구전에 따라 돈 카를로와 엘리자베타가 실제 사랑했던 것으로 묘사한 희곡 '돈 카를로스, 스페인의 왕자>(Don Clarlos, Infant von Spanien)를 썼고, 이를 기초로 프랑소와 죠세프 메리와 카니유 뒤 로클이 프랑스 어 리브레토를 완성하였다. 

- 역사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 돈 카를로는 오페라에 묘사된 것과 거리감이 있다. 1545년 스페인의 필리페 2세는 포르투갈의 공주 마리아 마누엘라와의 사이에서 왕자 돈 카를로를 얻었다. 마리아는 난산 끝에 나흘 만에 요절하였고, 카를로는 모성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1559년 카를로는 동갑내기 프랑스 공주 엘리자베타와 약혼하였지만, 그녀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듬해 필리페 2세와 결혼하게 된다. 필리페는 새 아내와 아들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필리페는 지적 능력과 인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카를로를 멀리했으며, 카를로 역시 통제 불능의 광기를 자주 드러내곤 했다. 카를로는 스페인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다가 발각되어 1568년에 구금되었고 그 뒤 몇 달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고 말았다. 엘리자베타 역시 카를로가 죽은 뒤 석 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