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을 위해 완성되었던 터프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베르디의 11번째 오페라에 해당하는 <도둑떼>(I masnadieri)는 실러가 완성한 같은 제목의 희곡(Die Rauber)을 토대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르디가 이탈리아반도 밖의 관객들을 위해 최초로 완성한 작품이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1847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는 영국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오페라의 인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남자들의 거친 이야기에 걸맞은 호방한 음악이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다분히 폭력적인 장면들과 복잡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극의 구성 때문에 광범위한 인기를 얻는 것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본 영상물은 2012년 3월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담은 것으로, 그동안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 작품을 최고의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청아한 미성과 능숙한 고음처리로 베르디 배역들에서 사랑받고있는 세계적인 테너 아퀼레스 마차도가 주인공 카를로를 노래하였고, 현대 마피아들의 폭력물을 연상케 하는 가브리엘레 라비아의 독특한 연출도 흥미롭다. 

[보조자료]
- 1845년 영국의 여왕폐하 극장(Her Majesty's Theatre)에서 공연되었던 베르디의 <에르나니>가 큰 성공을 거두자, 극장 측은 그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위촉하였다. 그 무렵 베르디는 두 편의 오페라를 동시에 계획 중이었는데, 프란체스코 피아베의 리브레토에 의한 <맥베스>와 안드레아 마페이의 리브레토에 의한 <도둑떼>가 바로 그 작품들이었다. 베르디는 애초에 런던에서 <맥베스>를, 피렌체에서 <도둑떼>를 공연할 계획이었지만, 캐스팅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두 작품의 초연무대를 맞바꿀 수밖에 없었다. 1847년 7월 22일 빅토리아여왕 부처와 웰링턴공작을 비롯한 영국의 저명인사들이 객석을 메운 가운데 펼쳐졌던 초연 무대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 <도둑떼>(I masnadieri)는 베르디가 실러의 원작을 토대로 완성한 두 번째 오페라이다. 그의 7번째 오페라였던 <조반나 다르코>도 실러의 원작을 사용한 작품이었다. 모르의 백작인 마시밀리아노에게는 두 아들 카를로와 프란체스코가 있다. 프란체스코의 계략에 휘말린 카를로는 비탄의 심정으로 도둑떼에 자신을 의탁하고 그들의 두목이 된다. 카를로의 연인이었던 아밀리아는 프란체스코에게 정절을 위협받지만, 완강히 거부한다. 우여곡절 끝에 카를로가 이끄는 도적떼가 프란체스코의 군대를 무찌르지만, 아말리아의 앞에서 도둑떼의 괴수라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카를로는 부하들과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를 찌르고 자신 역시 교수대를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