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위대한 희곡을 바탕으로 완성한 베르디의 치밀한 심리 드라마
밀라노에서 큰 성공을 연거푸 거두었던 베르디는 전국적인 인기 작곡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다섯 번째 오페라를 밀라노가 아닌 베네치아를 위해 완성하였다. 그 작품이 <에르나니>이다. 연극에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유명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희곡 '에르나니'를 토대로 완성한 이 오페라는 그동안의 애국적인 성격의 작품들과 달리 네 사람의 등장인물 사이의 치밀한 심리묘사에 보다 치중한 작품이다. 엘비라라는 여인을 두고 귀족 출신의 산적 에르나니와 스페인의 국왕, 그리고 스페인의 대공이 각자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사랑의 대결을 펼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은 이 작품이 놀라운 반전을 통해 통렬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극적인 매력이다. 

본 영상물에는 마르코 베르티와 카를로 구엘피 등이 열연을 펼쳤던 2005년 파르마의 테아트로 레조의 공연실황이 수록되었다. 과거 Dynamic을 통해 DVD로 출시되었던 것과 동일한 영상이지만, 보다 향상된 화질과 사운드로 다시 선보인다. 한글자막이 새롭게 포함된 점도 큰 메리트가 될 것이다.

[보조자료]
- <오베르토>에서 시작되어 <롬바르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베르디는 그동안 자신의 모든 오페라들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위해서 완성하였다. <나부코>와 <롬바르드 사람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던 베르디는 밀라노 일대의 지역적 명성을 넘어서서 북이탈리아 전반에 걸쳐서 자신의 명성을 보다 확장시킬 것을 결심하였다, 그의 다섯 번째 오페라인 <에르나니>는 오페라에 관한 한 밀라노에 필적할 정도로 중요한 도시였던 베네치아를 위해 완성한 작품이다. 앞서의 두 오페라들이 이탈리아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고조시키고자 했던 애국적인 성격의 작품들이었던 것에 반하여, <에르나니>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에 보다 주안점을 두었던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벨리니나 도니제티와 같은 선배 작곡가들의 벨칸토 스타일을 충실히 계승하였던 작품이다.

- 이 오페라의 리브레토는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 'Hernani'를 토대로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완성하였다. 피아베는 이 작품을 시점으로 오랜 기간 동안 베르디와 돈독한 협력 작업을 이어나갔다. 극에 주요 등장인물인 돈 카를로는 역사상 실존 인물인 스페인의 국왕(후일 신성로마황제에 추대됨) 카를로 5세(1500-1558)를 말한다. 즉 후일 베르디가 완성한 오페라 '돈 카를로'의 주인공인 같은 이름의 돈 카를로의 할아버지가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극의 대부분은 위고가 창작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배경은 1519년의 스페인 일대와 샤를마뉴의 무덤이 있는 아퀴스그라나(아헨)이다. 아라곤의 백작 돈 조반니는 스페인 국왕 돈 카를로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뒤, 에르나니라는 도적이 되어서 복수의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는 실바 대공의 조카이자 약혼자인 엘비라를 사랑한다. 늙은 삼촌과의 결혼에 괴로워하는 엘비라의 앞에 돈 카를로가 나타나, 그 또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을 듣는다. 네 명의 등장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 국면에 뒤엉키다가, 돈 카를로의 관대한 처분에 힘입어 에르나니는 엘비라와 맺어지게 된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던 이 드라마는 돌연한 반전을 통해 모두의 비극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