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코펜하겐 DR 콘서트 홀 실황

바빌론 호텔

소설과 영화로 상상하는 바빌론 호텔의 퇴폐적이면서도 고급스런 클럽을 재현하다

정례적으로 영화음악 콘서트를 펼치고, 이를 영상화하는 일련의 작업으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번엔 덴마크 라디오 빅밴드까지 끌어들여 클럽 분위기의 콘서트를 꾸몄다. 제목은 1902년 아놀드 베넷의 소설과 1920년 독일 흑백무성영화로 유명한 <그랜드 바빌로니아 호텔>에서 따왔다. 소설과 영화 속 바빌로니아 호텔의 소재지는 런던이지만 이 콘서트는 뉴욕, 베를린,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코펜하겐 등 전 세계의 바빌로니아 호텔 클럽을 상정한다. 덴마크 라디오 빅백드의 음악감독인 일본 여성지휘자 하자마 미호가 전체 콘서트를 이끄는 가운데 여러 가수와 다양한 밴드가 16곡의 영화와 클럽풍 노래를 통해 1920년대 최상류층의 고급스러우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의 클럽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보조자료]

-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925년 코펜하겐에서 덴마크 방송 협회(DR)의 주도로 발족했기에 덴마크 방송 교향악단으로도 알려져 있다.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가 1967년부터 10년간 이끌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켰고, 2017년부터 이탈리아 의 명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이끌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 중 하나로 불리는 코펜하겐 콘서트홀(장 누벨 설계, 2009년 개관)이 그 근거지다.

- 이 콘서트가 소설 또는 영화 내용을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번역된 아놀드 베넷의 소설 <그랜드 바빌로니아>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그랜드 바빌론 호텔. 전 세계 귀족괴 최고 부자들이 그들만의 휴가를 즐기러 익명의 궁전인 이곳을 찾는다. 어느 날 휴가 차 런던을 찾은 미국인 백만장자 테오도르 렉솔은 함께 온 그의 딸 넬라의 생일에 호텔을 맘껏 이용하기 위해 이 호텔을 아예 구매해 버린다. 두 미국인 부녀로 인해 귀빈들이 머물던 호텔에 일대 소란이 일고, 의문의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까지 연달아 발생한다. 사건의 뒤를 쫓기 시작한 테오도르와 넬라는 귀빈들의 특별하고 사적인 호텔 저변에 숨겨진 어둡고 비밀스러운 사연들과 마주하게 되고, 숨 막히는 추격전 끝에 뜻밖의 배후 세력과 그들의 계획을 하나 둘 밝혀내는데...

- 이번 콘서트를 이끄는 하자마 미호(1986-)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의 여성 작곡가이자 재즈 뮤지션이다. 유년 시절부터 일렉트로닉 키보드에 심취했고 구니타치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작곡과 재즈를 공부했다. 2010년 미국으로 활동 거점을 옮겨 맨해튼 음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재즈와 영화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9년부터 덴마크 라디오 빅밴드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