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로 소실되어 거의 새로 짓다시피 한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은 1999년 10월 재개관 이후 거의 모든 공연을 영상에 담아 TV로 방영함은 DVD로도 판매하고 있다. 발코니와 천장, 무대 곳곳에 20여 개의 무인 카메라가 설치되어 중앙 통제실의 명령에 따라 좌우 상하로 움직이면서 무대와 객석의 표정을 잡아낸다. 현재로서는 공연을 가장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극장인 셈이다.

-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라 스칼라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을 능가할 정도로 화려하다. 다니엘라 데시(아이다)는 베르디 중기 이후 오페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젊은 시절에는 미모의 소프라노로도 유명했다. 파비오 아르밀리아토(라다메스)는 큰 키에 쭉 빠진 체격 덕택에 유명 가극장에서 더욱 환영받는 정통 테너이며, 엘리자베타 피오릴로(암네리스) 역시 이태리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맹활약하는 정상급 메조소프라노이다. 후앙 퐁스(아모나스로)나 로베르토 스칸디우치(람피스)도 저음가수로는 세계 최고에 속하는 대가들이다.

- 20세기 전반기의 리세우 극장에는 메스트레스 카바네스라는 걸출한 무대예술가가 활약했다. 그는 여러 장의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이것을 나무 프레임에 부착하여 사실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의 예술적 창의력이 대단했기에 큰 돈을 들인 거대한 세트를 배제하고도 효과적인 무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이 영상물을 보면 아주 장대한 무대인 것처럼 보이는데도 쉽게 위로 들어내고 아래로 내림으로서 간단히 세트를 변환시킨다. <아이다>의 무대를 이렇게 만들어냈다니 카바네스가 여러 차례 다루었다는 바그너 오페라의 무대는 어떠했을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