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공연에 참석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농쿠르와 바르톨리가 꾸민 모차르트 무대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애호가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환상적인 콘서트를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21세기 영상 테크놀로지의 축복이다. 10대의 카메라가 타이트하게 잡은 스테이지와 잘 설계된 다섯 채널의 사운드는 연주회장 곳곳에 스민 음악의 영감을 오롯이 전달한다. 마치 시청자가 연주회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것처럼. 
이 DVD 신보는 2001년 그라츠에서 열린 스티리아르테 페스티벌 가운데 6월 13일과 14일의 실황을 담은 것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없이 모차르트는 아르농쿠르와 바르톨리에게 기성복 같이 몸에 딱 맞는 작곡가이다. 전반부에 연주되는 콘서트 아리아 5편과 후반부를 장식하는 교향곡 38번을 통해 감상자는 흔하게 연주되는 작품도 두 사람이 요리할 때 이렇게 다른 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경탄할 것이다. 
콘서트 아리아에서 바르톨리는 특유의 짙은 저음, 초절기교의 콜로라투라, 몸을 쥐어짜는 포르테로써 음악 마디마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연인의 사랑을 의심하는 'Voi avete un cor fedele'(그대는 신실한 마음을 가졌군요)에서 가사마다 표정 변화를 지으며 그때마다 음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악상과 잘 맞아 떨어진 가수의 몸동작과 표정은 마치 오페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재미를 준다. 개성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르농쿠르 역시 일체의 매너리즘을 거부한다. 포르테 직전에 한번 숨을 고르는 독특한 루바토는 인상적이다. 
치밀한 계산 속에서 나온 해석은 콘서트 아리아의 생경한 멜로디뿐 아니라 교향곡의 익숙한 가락까지도 '아르농쿠르 표 모차르트'로 만들며 청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클로즈업되는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의 고악기들을 보는 것도 흥미만점. 
DVD는 콘서트와 별도로 제작과정과 리허설 장면을 30분간에 걸쳐 자세히 담고 있다. 그라츠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함께 아르농쿠르와 바르톨리의 '음악 만들기'는 콘서트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어서 보면 더욱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