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독일의 수녀이며 음악가였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의 삶을 다각도에서 조명한 수준 높은 ‘비주얼 바이오그래피’. 1098년 독일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 수도원에서 살았던 힐데가르트는 작곡가로서 수많은 음악을 썼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 의학자로서도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이 영상물은 그녀에 대해 다각적인 이해를 도모하는데, 우선 퍼트리셔 루트리지(Patricia Routledge)가 힐데가르트 수녀 역으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멋지게 극화되어 있는 포맷이 흥미롭다. 또 힐데가르트 전문가로 힐데가르트의 회화작품에 관한 책인‘일루미네이션즈(Illuminations)'의 저자이기도 한 매튜 폭스(Matthew Fox)교수가 등장해 회화를 통해 힐데가르트에 관한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깨우쳐주며, 워싱턴 국립 교회로 발길을 옮기면 힐데가르트 시대의 교회 예배와 생활상 등을 엮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면들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귀한 음악 선물도 빠뜨릴 수 없다. 힐데가르트의 
초기 작품으로 1152년에 힐데가르트의 고향 루페르츠베르크의 한 교회에서 연주되었던 작품인 ‘오르도 비르투툼(Ordo Virtutum)’은 감동의 여운을 오래도록 연장시킨다. 러닝타임은 장장 4시간 10분이나 되는데, 그 긴 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중세의 신비를 한껏 느끼게 하는 수많은 볼거리들 때문에 눈 깜박거리는 것조차도 신경 쓰인다. 부클릿에는 연주된 음악의 텍스트와 번역도 충실히 담겨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고 음악 혹은 초기 음악 열풍이 뜨거운데,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애호가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보고 또 보고 해야 할 귀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