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중동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출애굽의 드라마
1818년 나폴리에서 초연되었던 로시니의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는 구약의 출애굽기를 근간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여기에 파라오의 아들 오시리데와 유대처녀 엘치아 사이의 가상의 러브 스토리가 이 오페라 내용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모세와 파라오'라는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로 개작되기도 했다. 작곡가 특유의 빼어난 선율과 극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곳곳에 매력을 발휘하는 작품으로, 특히 3막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의 기도합창은 후일 파가니니에 유명한 작품인 '모세 변주곡'에 활용되었던 친근한 선율이다. 

본 영상물은 2011년 작곡가의 고향 페사로에서 펼쳐졌었던 로시니 페스티벌 중의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다. 저명한 연출가 그레이엄 비크는 구약 속의 고대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중동 일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현대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고스란히 무대에 올려놓은 듯한 이 무대는 폭력의 무서운 악순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조자료]
- 이탈리아어 리브레토에 의한 로시니의 3막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는 1818년 3월 5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인들은 여호와가 내리는 각종 재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파라오가 이스라엘인들의 이주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노를 산 것이다. 파라오의 아들 오시리데는 젊은 이스라엘 처녀 엘치아를 사랑한다. 그녀를 잃을 것을 두려워한 오시리데는 유대인들의 이주를 더욱 완강하게 반대한다. 몰래 여호와를 믿게 된 파라오의 아내 아말테아는 파라오를 설득하지만, 파라오의 고집은 꺾이지 않는다. 결국 재난에 굴복한 파라오가 그들의 이주를 허락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서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홍해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무사히 갈라진 바다를 통해 탈출하지만, 그들을 쫓던 이집트의 군대는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만다.

- 로시니는 1822년 자신의 본거지였던 나폴리를 떠나서 빈, 런던을 거쳐 마침내 파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 파리는 마이어베어 스타일의 그랜드 오페라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로시니 역시 파리 대중들의 구미에 맞는 오페라들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집트의 모세'를 프랑스 어 대본에 의한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로 개작하여 1827년 3월 26일 '모세와 파라오'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다. 언어가 바뀐 것 외에도 여러 변화들이 있었다. 4막으로 오페라의 규모가 확대되었고, 발레가 삽입되었다. 일부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바뀌었는데, 파라오의 아들 오시리데는 아메노피로, 파라오의 아내 아말테아는 시나이드로, 유대처녀 엘치아는 아나이로, 모세의 여동생 아메노피는 마리로 이름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