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크리스티, 카발리의 대표 오페라 걸작에 도전하다
프란체스코 카발리는 몬테베르디의 제자였다. 그는 스승의 손을 통해서 움트기 시작했던 오페라의 싹을 한층 더 융성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일생동안 41편의 오페라를 완성하였던 것으로 전해지며, 그중 21편이 현재까지 전해져온다. 1641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되었던 3막 오페라 <라 디도네>는 패망한 트로이의 영웅 에네아(아이에나스)와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네(디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오페라로, 작곡가의 비교적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오페라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에네아의 이별 장면은 초기 바로크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본 영상물은 2011년 10월 노르망디의 주도인 캉(Caen)의 오페라극장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담은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스페셜리스트인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이 이 초기 이탈리아 오페라 걸작에서도 남다른 감각과 재능을 펼쳐 보이며, 사실성과 상징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클레멩 에르비외-레제르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보조자료]
- 오페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드'의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퍼셀의 <디도와 아에네아스>,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 역시 동일한 소재를 다룬 후대의 걸작들이다. 트로이의 패망과 함께 망명길에 오른 에네아(아이에나스)는 카르타고에 도착해서 이 나라의 여왕인 디도네(디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고, 떠나는 에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디도네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디도네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퍼셀과 베를리오즈의 오페라들과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디도네의 자살 기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겨우 목숨을 구한 그녀는 그녀를 짝사랑하던 누미디아의 왕 야르바스와 결합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 미국 출신의 하프시코드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윌리엄 크리스티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악기 연주계의 거장이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예일대학에서 음악학을 공부했다. 그는 1971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래 지금까지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주된 분야는 바로크 음악이며 특히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와 종교합창곡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구가해왔다. 1979년에 자신이 결성한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레자르 플로리상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 연출을 맡은 클레멩 에르비외-레제르는 코메디-프랑세즈를 대표하는 배우로 큰 인기를 누렸다. 라신과 몰리에르와 같은 프랑스 전통극에서 두각을 드러내었으며, 탄탄한 연기력을 토대로 영화나 드라마에까지 진출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연극연출가로서도 프랑스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오페라 분야에서는 과거 파트리스 세로의 조연출로 활동했으며, 본 <라 디도네> 프로덕션이 그의 첫 오페라 연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