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할 수 있었던 온갖 창조적 재미를 무대 위에서 구현한 걸작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는 ‘20세기의 모차르트’로 불린 러시아의 천재적 작곡가다.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은 그가 소비에트로 귀환하기 이전인 1921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오페라 역사상 가장 특이한 재미를 지닌 작품의 하나다. 18세기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우화에서 취재한 것으로 우울증에 빠진 가상의 왕국의 왕자가 먼 여행 끝에 세 개의 오렌지를 얻고 그중 하나의 오렌지에서 나온 니네타 공주와 결혼한다는 얘기다. 왕국을 둘러싼 여러 신하와 마법사, 악마, 광대가 등장하여 두 시간 내내 동화적 세계를 펼쳐내면서도 그 음악과 대사는 고차원적인 유머를 담고 있다. 2005년 암스테르담의 네덜란드 오페라 실황인 본 영상물은‘그러노블의 피에르 아우디’로 불리는 로랑 펠리가 연출과 의상을 맡았다. 희극의 이면에 감추어진 깊은 맛을 끌어내는데 탁월하다는 정평이 있는 펠리는 샹탈 토마의 환상적인 무대장치와 더불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무대를 펼쳐냈다. 슈테판 드뇌브가 지휘하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프로코피에프의 복잡한 악보를 명쾌하게 소화해낸 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