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유명 소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였던 브리튼 최후의 오페라 걸작
토마스 만의 유미주의 소설인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1971년 루키노 비스콘티에 의해서 영화(말러 교향곡 5번의 아다지에토가 이 영화를 통해 유명해졌다.)로 먼저 만들어졌고, 그로부터 2년 뒤에 브리튼에 의해서 오페라로도 제작되었다. 이는 작곡가의 마지막 오페라가 되었다. 비스콘티의 영화는 주인공 아센바흐를 말러의 이미지가 투영된 작곡가로 변형했지만, 브리튼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그를 작가로 설정하였다. 작가로서 권태를 느끼게 된 아센바흐는 베니스로 휴양을 떠난다. 타지우라는 폴란드 미소년에게 매혹된 아센바흐는 전염병이 창궐한 그곳을 탈출하는 대신,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한다. 

본 영상물은 작곡가의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3년에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의 공연을 담은 것이다. 영국의 중견 여류 연출가 데보라 워너의 본 프로덕션은 2007년 처음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이 오페라의 결정판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존 그레이엄-홀의 열연과 영국이 자랑하는 젊은 마에스트로 에드워드 가드너의 명쾌한 혜안이 더해졌다.

[보조자료]
- 20세기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벤저민 브리튼은 자신의 활동기간 전반에 걸쳐서 오페라 장르에도 큰 열정을 쏟았었다. 1945년에 초연된 <피터 그라임즈>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루크리시어의 능욕>, <앨버트 해링>, <빌리 버드>, <글로리아나>, <나사의 회전>, <한여름 밤의 꿈>, <도요새 강>, <방탕한 아들>,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이 차례로 호평을 얻었다. 그가 죽기 3년 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오페라인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의 유명한 동명소설(Der Tod in Venedig)을 기초로 한 작품이다. 브리튼 오페라의 상당수는 자신의 반려자였던 테너 피터 피어즈를 위해 작곡되었는데,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인공인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 역시 피어즈를 염두에 둔 캐릭터였다. 동성을 향한 사랑을 담은 오페라의 내용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삶의 권태를 느끼게 된 작가 아센바흐는 음울한 뮌헨을 벗어나 화창한 남국의 베니스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같은 호텔에 투숙 중이던 폴란드 미소년 타지우에게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 아센바흐는 부지불식간에 이 소년에게 빠져들게 된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베니스를 덮치지만, 타지우와의 이별을 두려워한 아센바흐는 탈출 대신에 죽음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