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NNA BOYS' CHOIR: SILK ROAD [한글자막]

앨범번호 : ADVD006
바코드 : 8809090672171
발매일 : 2010-04-06
장르 : 클래식

1. 고대부터 시작된 동서양의 교역로 

'실크 로드'에 대해서는 역사에 무관심한 사람일지라도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우리말로도 그대로 '비단길'로 번역하는 '실크 로드'는 고대 중국의 특산물인 명주를 서방의 여러 나라에 운반해간 길, 그러니까 내륙 아시아를 가로질러 중국과 서아시아, 지중해 연안 지방까지 연결되었던 무역로를 가리킨다. 

'실크 로드'란 말은 중국에 관한 주요 저서를 남겼던 독일의 지리, 지질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이 처음으로 붙여 쓴 말인데, 실크 로드를 통한 동서의 문물교역과 문화교류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실크 로드의 지루하게 긴 사막 길을 보고 있으면, 그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가 먼저 생각된다. 동양의 신비에 매혹된 서양 모험가들이 겪은 험난한 여행이었다. 낙타의 등에 팔 물건을 가득 얹어 사막 길을 향했던 상인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로 그 실크 로드에 빈 소년 합창단원들이 가서 노래한다.


2. 세계적인 영화제작자 커트 포던의 회심작 

빈 소년 합창단을 이끌고 이렇게 흥미로운 월드 뮤직 프로젝트를 실행한 사람은 세계적인 영화제작자 커트 포던(Curt Faudon)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포던은 1976년부터 다큐멘터리, 상업광고, 장편 극영화 등을 제작해왔다. 뉴욕 시민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포던은 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2006년 빈 관광청은 자국 출신이며 유명한 필름 제작자인 포던에게 의뢰해 18개의 짧은 필름으로 된 영상물, 이른바 빈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그 필름 가운데 하나가 빈 소년 합창단에 관한 것이었다. 호평을 받았고, 장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뮤직 비디오 제작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던 그는 곧 자신의 주요 세 가지 기법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빈 소년 합창단에 관한 정규 필름까지 계획했다. 그리고 탄생한 장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실크 로드'DVD다. 


3. 510년의 역사, 명실 공히 세계적인 빈 소년 합창단 

DVD는 우선 세계적으로 알려진 빈 소년 합창단이 그 단원의 구성원도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빈소년 합창단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오스트리아 왕실이 인정하고 후원하며, 엄격한 선발기준이 있고, 엄정의 규율이 있는 오스트리아의 특별한 영재 교육기관이다. 
하이든이나 슈베르트가 이 합창단의 단원이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하지만 합창단의 시작은 고전, 낭만주의 시대에서도 훨씬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1498년이다. 2010년 현재 5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셈이다. 최고급 정예합창단으로 궁정생활을 하는 그들은 오스트리아 소년들로만, 혹은 적어도 백인 소년들로만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런 폐쇄성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국제적이다. 세계 각지에 연주여행을 많이 다니는 그들은 한국에 온 것만도 10회가 넘어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그들이 갔었던 곳 중에는 지금 없어진 나라도 있다. 

단원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이 DVD의 전반 영상을 통해 인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본에서 온 소년, 미국에서 온 소년, 아프리카에서 온 소년도 단원이다. 빈 소년합창단으로 오게 된 계기를 말하는 장면들에서 치열이 고르지 못한 천진한 소년들이 귀엽다. 소년단원들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합창단이 1926년부터 지금까지 100여개 국가에 가서 노래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해준다. 단원들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악기는 모두 다룰 줄 안다고 말한다. 빈 소년합창단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음악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일러준다. 성악가, 첼리스트, 가수, 지휘자 등의 장래희망을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의사, 과학자, 기술자, 배우, 시계수리공, 정비사, 운동선수 등 음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업을 택하겠다는 소년들의 발언이 자유롭게 들어선다. 


4. 다양한 동서양의 비단길 레퍼토리 

빈 소년 합창단은 이 영상물에서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아랍어, 중국어, 페르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마라티(Marathi) 어, 마오리 어, 핀란드 어, 우르두 어, 중앙아시아 투르크 계 민족(Uyghur)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어 등으로 다양하다. 본국의 언어로 노래하는 그들은 정말 그 민족의 후손 같다.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본다. 우선 게르트 슐러(Gerd Schuller)의 영화음악 '실크 로드'가 장엄하게 울리고, '무장한 사람', 조스캥 데 프레의 4성부를 위한 모테트인 '오 구주 예수 그리스도(O Domine Jesu Christe), 그리고 칼다라의 작품도 들을 수 있다. 

또 인도의 요가에 관한 노래, 우스마노바의 'Shoch va gado(왕과 거지)'란 작품, 우즈벡의 민요이며 비의 노래인 '물의 여인', 카왈리의 전통 민요 'Haq Ali Maula(진실의 신, 알리는 안내자)', 비발디의 '글로리아', 그레고리오 성가(Veni creator spiritus), 마오리 족의 전통 노래(Tarakihi), 중국의 전통노래(Alamuhan)도 들린다. 빈 소년 합창단의 예술 감독인 게랄트 비르트(Gerald Wirth)의 타지키스탄의 노동요에 기초한 필드 홀러(Field Holler)가 이색적이며, 오드웨이(Ordway)의 작별의 노래인 '리 게(Li Ge)', 오르도스 지방 장인의 노래에 기초한 중국 전통 노래(Kou-luelltsian), 핀란드 무곡 선율에 기초한 폴카(Ievan Polkka)도 아주 흥미롭다. 매우 익숙한 슈베르트의 노래는 연가곡 '겨울 여행'에 나오는 두 곡, '우편마차', '폭풍우 치는 아침'이다. 

익숙한 노래들을 제외하면, 모두 빈 소년 합창단이 실크로드를 직접 찾아가 고대의 숨결이 남아있는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고 유목민의 방랑의 생활양식을 체험하면서 부르는 노래들이다. 그들의 노래가 나올 때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본토인들의 모습은 그 옛날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합창단은 약 1년간의 리허설을 했다. 그리고 레퍼토리를 선택하기 위해 베를린 훔볼트 대학, 빈 대학 등에서 전문 학자들의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86분, 그러니까 1시간 30분에 이르는 기다란 다큐멘터리다. CD로도 발매되었는데, 이 영상물의 사운드 트랙 음반이다. 핵심적인 레퍼토리를 역시 생생한 고음질로 담았는데, 노래만 들어도 신비스럽고 감동적인 영상이 떠오른다. (번역 : 이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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