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과 음악 3집

앨범번호 : AMC2104
바코드 : 8809090672034
발매일 : 2009-11-17
장르 : 클래식

마음을 길어 올리다...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Vitae Lux에서 레슬리 가렛의 목소리로 듣는 'Let it be'까지,
밤 풍경을 비추는 한 줄기 불빛처럼 평화와 안식의 불빛이 되어줄 이 음악들을
당신의 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마음을 길어 올리다...

밤이 긴 나라에는 어김없이 신화와 전설이 발달되어 있다.
이야기 없이, 음악도 없이 견디기에는 밤은 너무 길고 쓸쓸하다.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멀리서 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고여 있는 나의 이야기다.
내 것이면서도 나와 서먹했던 이야기들,
깊은 우물처럼 두레박을 내려야 건져 올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음악은 당신의 마음에 내려지는 두레박.
첨벙, 음악 한 곡이 당신의 우물에 내려질 때,
잊고 있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또 한 번 두레박이 내려질 때 잊고 있던 시간이 떠오를 것이다.
다시 한 번 두레박이 내려질 때에는
서먹해진 나에게 조금 다가앉은 나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레박을 걷어 올릴 때면 퍼낸 만큼, 덜어낸 마음만큼 홀가분해진 나를 발견할 것이다.

루이제 린저는 그녀의 대표작 ‘생의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 ‘니나’의 영혼을 빌려 이렇게 썼다.
‘우리에게 밤이 필요한 것처럼 비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우리는 ‘루이제 린저’와 ‘니나’의 영혼을 빌려 우리는 이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밤이 필요하고, 비밀이 필요하듯, 음악이 필요하다’고...

가장 자유로운 상태를 ‘홀가분함’이라고 표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한 장의 종이처럼 홀가분한 밤을 위해 이 음악들을 바친다.
트럼펫이 밤의 문을 열어주고, 다정한 목소리가 깊은 잠을 위해 커튼을 내려줄 것이다.


<당신의 밤과 음악>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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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에게는 '나의 집'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내게는 '당신의 밤과 음악'이 그런 프로그램이다.
나는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집에 세 번 깃들었다.
첫 만남은 93년 봄.
Bill Douglas의 Hymn을 시그널로 정하면서 첫 둥지를 틀었다.
'Hymn'은 16년째 '당신의 밤과 음악'을 지키고 있는 '그리운 초인종' 같은 음악이다.
두 번째 만남은 99년 가을. ‘FM 가정음악’의 <4계시리즈>를 마치고
친정집 같은 '당신의 밤과 음악'의 초인종을 다시 눌렀다.
이 무렵엔 김미라 작가와 호흡을 맞추었던
'밤의 우체국'이라는 코너가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코너를 받아 적으며 텔레파시를 끊임없이 보내주던 청취자들은 잘 지내시는지...
그리고 2007년 가을,
나는 오랜 방황 끝에 솔베이그의 품을 찾아 돌아온 페르귄트처럼
'당신의 밤과 음악'에게로 돌아왔다.

레코드실에서 음반들을 고르고 있으면
요리를 잘하는 주부가 가족을 위한 식탁을 차리듯 행복했고,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할 때면 내가 먼저 위로를 받곤 했다.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음악들을 모아 '당신의 밤과 음악' 3집을 내어 놓는다.
첫 음악인 'Vitae lux'의 아스라이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가 휴식의 문을 열어주기를...
그리고 마지막 곡인 'Let it be'의 노랫말처럼
그대로 삶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할 수 있기를...
밤의 음악, 휴식의 음악이 내미는 손을 애청자 여러분이 잡아주시리라 믿는다.


프로듀서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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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속으로...

흑백 필름에 담긴 밤의 풍경이 있습니다.
안개 낀 밤의 공원, 멀리 가로등이 아련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고,
공원의 벤치는 쓸쓸하게 비어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잎을 다 떨군 쓸쓸한 밤이지만
화면의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의 불빛이
쓸쓸함을 슥슥 지워주는 지우개 같습니다. 

파리의 밤풍경을 찍은 Brassa?사진 한 장.
오래 전부터 '당신의 밤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사진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Hymn'이 흐를 때면 늘 이 한 장의 사진을 청취자들을 향해 전송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신의 밤과 음악'이 들려드리는 음악이 이 사진 속의 불빛 같기를 바랍니다.
멀리 있는 가로등의 불빛처럼 은은하게 당신을 비추고,
자동차의 불빛처럼 당신의 쓸쓸함을 지워주는 지우개가 되기를...


[ 곡설명 ]

01. 프로드 알네스/ 삶의 빛
Frode Alnæs/ Vitae Lux
Ole Edvard Antonsen, trumpet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진다. 추위처럼 쨍하고 그리움처럼 은은한 트럼펫의 음색과 그 뒤를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 삶을 이루는 씨줄과 날줄처럼 트럼펫과 목소리가 섞여든다. ‘생명의 빛’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막막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게 하고,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찾게 하는 것. Vitae Lux. 밤이 건네는 첫 인사로 더없이 좋은 곡이다.


02. 오스카 메리칸토/ 그대는 아직도 저 성가를 기억하는가
Oskar Merikanto/ Do you remember still that hymn
Jorma Hynninen, bariton/ String Quintet/ Tapiola Choir

바리톤 Jorma Hynninen의 음색은 늦가을 저녁의 경건한 기도 같다. 밀레의 그림처럼 길 가던 사람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두 손을 모으게 하는 목소리. 핀란드의 교회음악 발전에 공헌한 작곡가 Oskar Merikanto의 선율과 핀란드를 대표하는 바리톤 Jorma Hynninen의 목소리, 그리고 역시 핀란드를 대표하는 Tapiola 합창단이 전하는 이 아름다운 성가는 우리가 오랫동안 무겁게 들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한다.


03. 쇼팽/ 왈츠 B♭ minor Op.69-2
Chopin/ Waltz B♭ minor Op.69-2
Pavlos Hatzopoulos, piano

쇼팽의 왈츠는 두 사람이 함께 추는 왈츠가 아니라 외로운 한 사람이 자신을 껴안고 추는 왈츠를 떠올리게 한다.영화 ‘연인’의 끝 장면 때문일 것이다. 지금껏 사랑이 아니라고 부인해 온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그녀, 쇼팽의 왈츠가 들려오는 배 안에서 기둥에 숨어 울고 있는 그녀. 배는 바다를 건너고, 그녀는 사랑의 추억을 껴안은 채 ‘생의 바다’를 건넌다. 시대는 다르지만, 이 곡을 작곡할 무렵 열아홉이던 쇼팽과 영화 속의 그녀는 공통점이 있다. 젊고, 여리지만 강하고, 그리고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공유했다는 공통점이...


04. 바하/ 오보에 협주곡 D단조 BWV1059 2nd Largo
Bach/ Concerto D minor for Oboe, String and basso continuo BWV1059 2nd Largo
Thomas Indemuhle, oboe/ English chamber Orchestra/ Simon Preston, cembalo

‘당신의 밤과 음악’은 한동안 풍성한 오보에의 시대였다. 오보이스트 성필관 씨가 흔치 않은 악기 ‘오보에’의 매력을 마음껏 들려주던 ‘오보에 플러스’ 코너를 기억하는 청취자라면 이 곡이 낯익을 것이다. ‘오보에 플러스’의 코드 음악이었던 이 곡은 흔히 ‘Arioso’로 기억되는 선율이다. 칸타타 156번 “Ich steh mit einem Fuß im Grabe”(한쪽 발은 무덤을 딛고 나는 서 있도다.), 하프시코드협주곡 BWV1056의 2악장에도 쓰인 선율이다.


05.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D단조 Op.49 2악장 Andante con molto tranquillo
Mendelssohn/ Piano Trio D minor Op.49 2nd
Gould piano Trio

“그는 19세기의 모차르트이다. 시대의 모순을 명쾌하게 조망하고 용서하는 매우 밝은 음악가이다.” 슈만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Op.49’의 평을 이렇게 썼다. 슈만의 말처럼 멘델스존은 자신의 능력만큼 평가받지는 못한 음악가다. 그는 뛰어난 작곡가였고, 음악의 역사에서 묻힐 뻔한 바흐와 슈베르트를 재조명한 발굴자였고, 훌륭한 지휘자였고, 멋진 여행자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다. ‘피아노 트리오 Op.49’는 멘델스존의 ‘우아함’이, 그리고 멘델스존의 ‘밝음’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마치 다정한 연인들이 서로를 눈을 들여다보며 나누는 속삭임을 듣는 것 같다.


06.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그의 노래
Grieg/ Peer Gynt Suite No.2 Solveig’s song
The Netherlands guitar trio

기다림이라는 것에 대해서 솔베이그를 당할 자 그 누가 있을까! 기타 삼중주로 듣는 ‘Solveig’s song’은 그 기다림의 애잔함을 더욱 여실히 느끼게 한다. 여린 기타의 선율처럼 천천히 흘러갔을 솔베이그의 시간들. 솔베이그의 기다림을 아름답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솔베이그는 애처롭게 기다렸을까? 어쩌면 페르귄트는 허약하게 떠돌았고, 솔베이그는 강하게 기다린 것인지도 모른다. 솔베이그가 평생 기다린 것은 어쩌면 페르귄트가 아닌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기다린 것은 아닐까...


07. 브루흐/ 바이얼린 협주곡 1번 G단조 Op.26 2악장 Adagio
Bruch/ Violin concerto No.1 G minor Op.26 2nd Adagio
Pamela frank, violin/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Sir Neville Marriner

‘매혹’이란 이 곡의 선율, 이 곡의 감동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이 곡은 Bruch의 친구이자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헌정’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늘 감동시킨다. 누군가를 위하여 만들어진 음악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된 곡이지만 Bruch는 독주자가 카덴차를 넣어 연주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깊고 매혹적인 선율, 그러면서도 모든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선율이기 때문에 비르투오조도, 청중도 선호하는 곡으로 유명하다.


08. 러시아 로망스/ 아무르 강의 물결
Waves of Amur River
Park Kyung Suk, cello/ Nina Kogan, piano 

아무르 강은 러시아의 동시베리아와 중국 동북 지방이 맞닿은 국경 부근을 흐르는 강물이다. 이 강을 배경으로 한 '아무르 강의 물결'은 뛰어난 러시아 로망스다. "아무르 강이 경쾌하게 물결치고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바람은 노래로 화답하네. 아무르 강 저편에 펼쳐진 타이가는 조용히 소리를 내고, 거품을 품은 파도는 걷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네. 당당하고도 자유롭게..."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드 코간'의 딸인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의 연주는
당당한 아무르 강의 파도 같고, 박경숙의 첼로는 드넓고 자유로운 시베리아 같다.


09. 깊고, 강하고 부드럽게
dype Stille Sterke milde
Skruk & Nymark collective

스크루크 합창단은 21세기적인 합창단이다. 지역을 초월해서, 장르를 초월해서, 누구와도 함께 손잡고 부르는 듯 맑고 정갈한 음악을 들려준다. 안데스에서 인디오들의 미사곡을 함께 부르고, 스칸디나비아의 성가들을 들려주는 평화의 사절단이기도 하다. 트럼펫, 베이스, 드럼, 그리고 스크루크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노르웨이의 성가곡, 재즈의 품에서 성가를 풀어내는 스크루크 합창단의 음색이야말로 깊고, 강하고, 부드럽다.


10. 모차르트/ 환타지 D단조 K397
Mozart/ Fantasie D minor K397
Annette Topel, piano

Mozart는 특정한 작품의 서곡을 작곡하면서 ‘Fantasie’라고 이름을 붙인 적이 있다. 이 곡도 역시 그렇다. 대담하고도 자유로운 선율을 풍부하게 넣을 수 있는 Fantasie를 작곡할 때 Mozart는 어느 때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그의 천진함, 그에게 군림하려는 존재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 모차르트다운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것이 Fantasie가 아니었을까? Fantasie D minor K397의 서정적인 도입부를 듣고 있으면, 모차르트가 보내온 낭만적인 러브레터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11.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92 2악장 Allegretto
Beethoven/ Symphony No.7 A major Op.92 2nd Allegretto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Barry Wordsworth, cond

나폴레옹의 군대가 점령한 빈에서, 후원자들도 도망 가버린 빈에 남아서, 난청을 앓고 있는 귀를 베개로 틀어막으며 견뎌야 했던 베토벤. 그에게는 ‘디오니소스 적인 면’이 있었다. 베토벤 자신도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다. 사람들의 거룩한 정신에 취기를 주는 것이 바로 나다.”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운명이 던지는 가혹한 시련을 향해 ‘그래서?’라고 반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베토벤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난 뒤 빈으로 다시 모여든 사람들에게 베토벤이 들려준 교향곡 7번은 굴복하지 않는 영혼을 가진 ‘베토벤’의 답장’이다.


12. 테오도라키스/ 발레음악 ‘알렉시스 조르바’ - Madame Hortense
Theodorakis/ Alexis Zorba Madame Hortense
Hungarian State Orchestra/ Mikis Theodorakis, cond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그는 20세기의 음악적 성자다. 클래식과 월드뮤직과 크로스오버를 넘나들며 자유와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과 장대함을 노래한 성자다. ‘희랍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20세기 그리스 문학의 성자다. 두 성자의 만남이 낳은 예술작품 속에서 ‘오르탕스 부인’은 ‘인생을 아낌없이 써버린 사람, 그리고 지금 여기를 단순하게 사는 사람’이다. 테오도라키스는 ‘조르바’를 두 번에 걸쳐 음악적으로 표현해 낸다. 한 번은 영화로, 또 한 번은 발레음악으로...1988년에 발표한 발레 모음곡 ‘알렉시스 조르바’에서 테오도라키스는 모래밭에 스며드는 빗방울 같은 첼로 선율로 오르땅스 부인의 생애와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 잊혀지지 않을 그윽하고도 간결한 초상화다. 그리고 들으면 들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곡이다.


13. 렛 잇 비
Let it be
Lesley Garrett, soprano

비틀즈의 끝은 어디일까? 데뷔할 당시 악보를 읽거나 그릴 줄 몰랐다는 비틀즈지만, 그들의 음악은 크로스오버로, 클래식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바흐 풍의 피아노로 시작하는 비틀즈의 ‘Let it be’는 바로크 음악을 듣는 듯 하다. 비틀즈의 원곡도 아름답지만 Lesley Garrett이 부르는 이 곡은 원곡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클래식 작곡가가 탄생시킨 가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정하고 깔끔하다. 품격과 대중성이 결합된 새로운 곡을 만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John Lennon이 남겨 놓은 탁월한 가사가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을 권유한다. 무겁고 쓸쓸한 짐들을 내려놓고, 당신 자신을 편안하게 내버려두라고... 이제 커튼을 내리고, 마음도 내려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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