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MANDOLIN (만돌린 모음집)

앨범번호 : AMC2084
바코드 : 8809090671761
발매일 : 2007-08-23
장르 : 클래식

밝고 화사한 사랑의 선율
류트족의 발현악기 만돌린은 ‘작은 만돌라’란 뜻으로 1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옛 악기인 만돌라를 모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폴리식과 밀라노식의 만돌린이 있었지만 나폴리식이 19세기 말엽에 개량되어 차츰 주류가 되고 밀라노식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 기원으로 알 수 있듯이 만돌린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악기인데, 코발트 빛 지중해와 화창한 남국의 날씨와 풍토를 그대로 닮은듯 밝고 화사하며 낙천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이탈리아는 만돌린 예술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었는데, 이 음반에 담긴 매혹적인 음악들은 그 증거가 된다. 그러면 당시 만돌린 음악에 특별한 레퍼토리들을 제공했던 음악가들의 면모와 그 레퍼토리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비토리오 몬티(Vittorio Monti)는 1868년에 나폴리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가였다. 나폴리 음악원에서 핀토(Pinto)한테 바이올린을 세라오(Serrao)한테 작곡을 배운 후, 파리에 가서 공부하다가 1886년부터는 파리에 정착해서 살았다. 그는 라무뢰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일했고, 1900년부터는 그곳 음악 홀 오케스트라를 맡아 잠깐 오케스트라 지휘자 생활도 했으나, 곧 바이올린, 만돌린, 음악을 만들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 그는 발레곡을 작곡하고, 몇몇 짧은 오페레타나 다른 무대음악도 썼다. 대개 그가 쓴 작품들은 가벼운 성악곡과 기악곡들이었다. 이 음반에 실린 ‘사랑의 속삭임’이란 곡은 프랑스의 활동 배경을 암시하듯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데, 트레몰로 음이 하강하며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낭만적 정감이 가득한 음악이다. 하지만 몬티의 많은 작품 가운데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곡을 한 곡만 꼽으라면 단연 차르다슈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든 이것은 흔히 집시 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연주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곡은 바이올린 곡이지만 이 음반에서는 만돌린으로 연주되고 있다. 원래 차르다슈는 18세기 후반 헝가리의 한 경기병이 집시악단의 반주로 베르분코슈(verbunkos)춤을 춘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 4분의 2박자이며 라수(lassu)라는 우수에 찬 느린 도입부와 프리스(friss) 혹은 프리스카(friska)라고 불리는 빠르고 격렬한 주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부에서의 강력한 싱코페이션 리듬이 특징이다. 약간은 우수를 느낄 수 있으나, 아무리 무덤덤하게 있으려고 해도 점점 손과 발이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신나는 명곡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코스탄티노 베르투치의 ‘정원사가 있었다네’도 애절한 만돌린의 선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작품이다. 전체는 만돌린과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로 되어 있다. 기복이 큰 선율에 간절한 심정을 담은 듯하여 사랑고백을 할 때 쓰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루이지 덴차는 1846년에 태어나 1922년에 세상을 떠난 나폴리 작곡가다. 덴차는 나폴리 음악원에서 메르카단테한테 배웠고, 오페라도 썼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따로 있었다. 대중 명곡을 600편이나 썼던 그는 그야말로 ‘나폴리의 슈베르트’라고 할만한 노래작곡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덴차(Denza) 역시 단 한곡이 너무도 유명해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그것은 바로 1880년 나폴리 등산전차 개통을 위해 썼던 ‘푸니쿠니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라는 세계적인 애창 명곡이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선택한 그의 곡은 오히려 차분하다. 밤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녹턴이다. 다소 가라앉은 피아노 반주에 얹혀지는 만돌린 선율이 실로 매혹적인데 멀리 별밤하늘의 정경을 묘사한 듯 하다. 중간에 좀 격렬한 섹션이 등장하지만 곧 잔잔하게 마무리된다. 소렌토를 소재로 한 나폴리 명곡 가운데는, 비록 ‘돌아오라 소렌토로’만큼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주제페 실베스트리의 ‘소렌토의 추억’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폴리만을 사이에 두고 나폴리와 마주보고 있으며, 포도주와 올리브의 생산지로 유명한 그곳 아름다운 풍광에 대해 한껏 그리움을 표현한 것 같은 작품이다.
1863년 나폴리에서 유능한 악기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난 라파엘레 칼라체는 만돌린을 위한 작품을 무려 200편이나 썼던 만돌린 작법의 대가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무척 아름답지만, 기교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이 음반에 실린 ‘향수의 노래’도 그리 만만한 곡은 아닌데,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고향을 향한 하염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한 정감으로 연주된다. 이어지는 곡은 플렉트럼(Plectrum)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트레몰로 음향이 인상적인데, 1851년 11월 25일 브레시아에서 태어나 1908년 8월 2일 크레모나에서 세상을 떠난 안토니오 레키의 ‘노비타와 지혜(Nobita e saggezza)’란 작품이다. 레키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다만 ‘크레모나 필하모닉 협회(Filarmonico in Cremona)’의 회원증이나 교수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다는 정도의 정보가 ‘크레모나 만돌린 서클’ 첫 10년간의 콘서트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인물이 아닐까 추측하게 만든다. 아주 흥미로운 것은 그의 ‘레키(Lechi)’란 이름이 브레시아의 음악 명문가를 연상시키지만 그와 관련된 어떤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오히려 몇몇 다른 문헌을 통해서는 그의 이름이 ‘Lecchi’라고 더블 스펠링으로도 기록된 것으로 봐서, 아마 알려지지 않은 가문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로맨틱한 정서 가득 실린 현악기들과 융화되어 있는데, 그 작은 목소리들이 은은하게 배경으로 합주하고 있는 것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매혹적인 콘서트 왈츠 작품이다! 비슷하게 축제 분위기를 잇는 것은 <지오콘다> 중의 ‘시간의 춤’으로 유명한 폰키엘리의 작품이다. ‘애인(L’Innamorata)’이란 제목의 마주르카인데, 원형으로 둘러선 여러 쌍의 남녀들이 발을 구르며 사뿐 사뿐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앞에 그려지는 참으로 예쁜 춤곡이다. 푸치니나 마스카니의 선생이었고, 베르디나 푸치니의 명성이나 성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는 음악가에 속하는 폰키엘리. 우리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단순하고 귀여운 춤곡이 선사하는 매력에 잠깐 푹 빠져보게 된다. ‘아이들과 꽃들’은 제목 그대로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곡인데, 1859년 라리노에서 태어나 1918년 크레모나에서 세상을 떠났던 이탈리아 음악가 미켈레 달레산드로의 소품이다. 파르마 음악원 출신의 달레산드로는 1891년부터 크레모나 시립 밴드에서 코넷 연주자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주로 크레모나를 무대로 코넷 솔로이스트와 악단을 이끌었던 음악가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노벨라나 오페라, 오페레타를 써서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이름을 알렸지만,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아이들의 순진한 얼굴과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이 함께 어우러져 방긋 방긋 웃는 것 같은 흥겨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폴카다. 작곡가의 허락 하에 피아노로도 연주되지만, 이 음반에서는 더 일반적인 두 대의 만돌린과 기타를 위한 버전으로 연주했다.

오레스테 리바는 1862년에 크레모나에서 태어나서 1936년까지 살았던 이탈리아 음악가다. 파르마 음악원에서 보테시니(Bottesini), 다치(Dacci), 보이토(Boito)한테 배웠고, 1889년에 첼로 디플로마를 받고 학교를 졸업했다. 만투아의 수차라 밴드, 모데나의 마란돌라 밴드, 베로나의 카스타냐로 밴드 등을 이끌었고, 고향 땅 크레모나로 돌아와서는 주로 작곡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 첼리스트일뿐만 아니라 시인이며 음악 평론가였던 그는 ‘필라데 스폰다(Pilade Sponda)’란 필명으로 음악 관련 글을 쓰기도 했었다. 작곡가로서 그는 오페라, 오페레타, 발레 음악등을 남겼다. 두 대의 만돌린과 기타를 위한 작품인 ‘게이셰(Le Geishe)’는 1908년에 밀라노의 ‘일 플레트로(Il Plettro)’란 만돌린 잡지가 세상에 소개했던 것이었다. 만돌린과 피아노만으로, 이제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못 다르게 사색적이며 무엇인가를 애원하는 듯한 선율이 차분히 흐르는데, 루이지 푸치의 ‘기도’다. 푸치는 1868년 카바 데 티레니에서 태어나 1920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음악가인데, 나폴리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대위법과 작곡법을 공부했고, 팔레르모 음악원에서는 밴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배운 후, 바이올리니스트와 밴드 지휘자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이제 분위기를 다시 밝게 일신하며 마무리하는 곡은 풍성한 만돌린 오케스트라가 마치 즐거운 항해를 떠나는 듯한 주제페 덴티의 ‘스케르초’다. 마음을 둥실둥실 들뜨게 만드는 작품이다. “한시간 정도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아쉽지만 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굿바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모두 사랑이 넘치고 밝은 곡들인데, 약간의 우수가 있지만, 그것마저도 매혹적인 에스프리로 승화하고 있다. 차분할지언정 어두운 음악은 단 한 곡도 없다. 모두 만돌린이란 악기의 성향에 꼭 맞는 작품들이며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성을 충분히 반영한 레퍼토리들이라고 본다. 사랑에 빠진 사람, 가슴속에 사랑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분을 제공하게 될 음반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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