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클래식 음악백과

앨범번호 : AMC2080
바코드 : 8809090671723
발매일 : 2007-07-23
장르 : 클래식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 대하여
‘바로크(Baroque)’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대략 1600년부터 1750년 사이의 유럽 예술 양식에 대한 개념이다. 그 용어가 가리키는 것은 르네상스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 사이의 시기이며, 세기로 따지면 17세기에서 시작해 18세기 중반에 끝난 예술사조인 것이다. 원래 ‘바로크’라는 말은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인 ‘바로코(barroco)’에서 온 것인데 이 용어가 예술사에서 맨 처음 사용된 것은 17세기의 건축, 회화, 조각에 대해서였다. 물론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바로크’란 용어는 이전의 르네상스 시대의 균정한 고전적 양식에 비해 불균형적이고 타락했다는 뜻으로 그 시대의 미술 양식을 폄하하며 쓴 것이었다. 바로크 양식이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나 그 자체에도 독자적이고 뛰어난 표현이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인 1900년에 와서부터이다. 1920년대 초반에 작스 등에 의해 이 용어가 음악사에까지 적용되었는데, 그때는 이미 이 용어 자체가 지닌 부정적 의미는 사라져 있었다. 요컨대 음악사에서 바로크라는 용어가 가리키는 시대는 대략 1600년경부터 바흐와 헨델이 죽은 시기(1750년과 1759년)까지이다. 즉 바흐와 헨델의 죽음으로 음악사의 바로크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이다.


[ CD 1 곡 해설 ]

01 파헬벨 : 카논
‘카논(Kanon)’이란 음악 형식은 어렸을 때 그룹으로 나눠 즐겨 부르던 ‘돌림노래’를 연상하면 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기악곡 형식으로서의 그것은 사실 대단히 엄격한 대위법 모방 작품이다. 주지하듯이 ‘카논’이란 단어의 원 뜻은 ‘규범’이나 ‘법규’를 의미한다. 이런 단어의 뜻대로 해석해 본다면 카논은 하나의 선율이 다른 선율에 규범을 주면서 계속 모방해 가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단히 엄격한 규율에 의해 제한 받는 작품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파헬벨의 작품은 음악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카논의 대표작이다. 아마 애호가들이 고전음악에 입문하면서 가장 먼저 듣는 곡 중의 하나일 것이다.

02 비발디 : 류트 협주곡 중에서 1악장
원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은 비발디 시대에는 당연히 류트 협주곡이었다. 그러나 이 음악이 대중들에게 점점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자 지금은 중요한 기타 레퍼토리로 개발되어 있고, 흔히 기타 협주곡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원곡의 편성을 봐도 짐작이 되지만, 비발디는 이 곡에서 실내악적 분위기를 상정하고, 류트의 섬세한 소리가 다른 악기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명료하게 울려 퍼지기를 원했다. 이 음반에서는 표정이 매우 재미있는 1악장 알레그로 악곡을 실었다.

03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에서 ‘봄’ 1악장
1725년에 비발디는 ‘화성과 창작력에 대한 시도’라는 협주곡 세트를 썼다. 사계란 작품은 이 세트에 포함된 것이었는데, 각 계절을 나타내는 하나의 협주곡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자칫 그 작품의 놀라운 창의성을 간과하기 쉽다. 비발디는 현악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명쾌한 질감의 표현으로, 묘사 음악의 전통을 전형적인 이탈리아 음악 양식으로 변형시켜 놓았다. 그는 비틀거리는 술주정뱅이든, 절망한 목동이든, 이탈리아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든 모든 방식을 동원해 음악 외적인 생각과 요소들을 다루고 있고, 그것들을 음악 작품에 완벽한 균형으로 통합시켜놓고 있다. 비발디는 완전한 예술적 잠재성을 드러내기 위해 탐색하며 음악 형식을 극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협주곡은 특히 프랑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8세기 후반에는 ‘봄’ 협주곡을 가지고 쓴 괄목할 만한 몇몇 편곡 물들이 나돌 정도였다. 사계를 위해 비발디 자신이 썼던 네 개의 묘사적인 소네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봄이 찾아왔다. 새들이 즐거운 노래로 봄에게 인사하고, 시냇물은 부드러운 미풍과 함께 졸졸 흐른다. 갑자기 봄을 알리는 뇌성으로 먹구름이 밀려오지만, 곧 조용하게 걷히고, 새들이 다시 매력적인 노래를 시작한다.'

04 바흐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 중에서 1악장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흐가 브란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공의 의뢰로 작곡하게 된 협주곡인데, 총 여섯 곡으로 되어 있다. 바흐가 당시 쓰이던 모든 악기의 잠재된 능력을 모두 끌어내어 화려한 필치로 쓴 이 기악곡들은 흔히 헨델의 합주협주곡, 즉 콘체르토 그로소와 쌍벽을 이루는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이탈리아 협주곡 양식과 독일의 대위법 기술을 병용하고 있고, 각 곡이 제각기 악기 편성을 달리하고 있는 점도 특별하다. 이 음반에서는 제 4번 BWV 1049 중에서 1악장 ‘알레그로‘를 수록하고 있다. G장조로 되어 있는 이 악곡은 두 대의 플루트로 시작하고 첫 악장이 3박자로 된 상당히 특이한 기법의 작품이다. 같은 악상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점, 그리고 빠른 패시지가 아름다운 아라베스크로 진행되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05 바흐 :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노트북 중에서 미뉴에트
이 곡은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품집’에 있는 G장조 ‘미뉴에트’다. 바흐는 그의 첫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곧 안나 막달레나와 사랑에 빠졌다. 쾨텐의 궁정 트럼펫 연주자의 딸이며, 아름다운 소프라노 음성을 지녔던 20세 안나에게 바흐는 온 마음을 빼앗겼다. 1721년 12월 바흐는 마침내 안나와 결혼하게 되었고, 이 소품집은 다음해인 1722년부터 1725년 사이에 출판되었다. 물론 바흐는 이 작품을 안나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사랑하는 신부에게 건반악기 기교를 가르쳐주고 싶어서 썼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음악은 우리나라의 영화 <접속>에 삽입되어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06 바흐 :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에서 2악장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BWV1043)는 바흐가 쾨텐 시절에 썼던 기악곡으로 같은 장르의 협주곡 두 곡, 즉 ‘a단조’, ‘E장조’보다 이전에 작곡된 것이다. 세 곡 중에서는 ‘E장조’와 함께 가장 인기가 높은데, 그 이유는 두 대의 바이올린이 절묘하게 얽히면서 전개되고 또 화려한 장식이 많기 때문이다. ‘빠르게-느리게-빠르게’ 형식의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음반에 실려 있는 것은 2악장 ‘라르고 마 논 탄토’이다. 전 3악장 중에서 가장 긴 이 악장은 그만큼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는 듯 유려한 선율의 향연이 펼쳐지며, 그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평화로운 정경은 한가롭고 나른한 전원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악장을 끝내는 코다 부분도 너무 아름답다.

07 바흐 : 예수는 나의 기쁨
‘예수는 나의 기쁨(Jesus bleibet meine Freude)’은 바흐의 칸타타 BWV 147,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중에서 마지막 곡인 코랄 작품이다. 바흐의 수많은 칸타타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랑을 받는 작품이 BWV147인데, 그것은 언제 들어도 평온한 천상의 축복처럼 들리는 이 코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소망인 예수가 탄생한 날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특히 많이 연주되는 음악이며, 원 곡 못지 않게 관현악 곡, 기타곡, 피아노곡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08 바흐 : 관현악 모음곡 2번 중에서 바디느리
바흐가 쓴 4개의 관현악 모음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3번과 2번이다. 이유는 각각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 받는 악곡이 포함되어 있어서다. 즉 3번이 유명한 것은 ‘G선상의 아리아’의 선율이 제 2곡에 있기 때문이고, 2번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제 7곡이며 이 음반에 실린 음악인 ‘바디느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디느리(Badinerie)’란 프랑스어는 농담, 장난, 유희 같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스케르초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악곡을 가리킨다. 18세기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은 빠르고 쾌활한 이 악곡을 자신의 모음곡 악장에 사용했는데, 텔레만이 자신의 <식탁음악>에 사용한 것도 알려져 있지만, 역시 가장 유명한 바디느리 악곡은 바흐가 관현악 모음곡 2번에 사용한 4분의 2박자의 음악이다. ‘관현악 모음곡’으로 불리지만 특히 모음곡 2번은 현악기들이 합주하고 플루트가 독주자로 참가한 플루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플루트 연주자의 비르투오소적 기량을 요구하는 난곡인데, 그만큼 듣는 사람은 플루트란 악기의 매력을 듬뿍 느끼게 된다. 너무도 밝고 경쾌하며 극도로 흥을 돋우는 악곡이지만 춤곡은 아니다. 

09 헨델 : 메시아 중에서 할렐루야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합창명곡이다. 환희와 극적인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이 합창곡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헨델은 이 할렐루야 합창곡을 작곡했던 당시의 감격스러운 상황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내 앞에 펼쳐진 하늘나라와 위대한 하나님의 영광을 본 듯한 감격 속에서 이 곡을 만들었다.'

10 헨델 : 세르세 중에서 라르고
'그 어디도 없을 나무 그늘이여'(Ombra mai fu)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Serse)’의 제1막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아리아로,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가 정원의 근사한 나무들이 제공하는 그늘에 감탄하여 부르는 노래이다. 오페라 ‘세르세’는 세르세가 동생의 애인을 농락하려다 실패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헨델의 마지막 희극 오페라이다. 헨델은 이 작품을 1737년에 시작해 이듬해에 완성했는데, 등장인물도 대단히 많은데다 코믹한 요소와 심각한 부분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그리 인기는 없다. 이 작품은 최근 헨델음악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면서 작품 자체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해석을 받아 종종 등장하기도 하지만, 헨델의 다른 오페라에 비하면, 관심의 정도는 역시 미미하다. 그러나 바로 이 한 곡, ‘라르고’ 때문에 ‘세르세’란 오페라 제목만은 꽤 알려져 있다. 원래는 라르게토(larghetto)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라르고’로 잘못 통용되고 있는데, 지금은 너무 일반화되어 돌이키기 어렵다.

11 헨델 : 솔로몬 중에서 시바여왕의 도착
헨델이 1748년에 쓴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에 나오는 유명한 기악곡이다. 이 작품을 쓸 당시 헨델은 중간 중간 이탈리아 오페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천부적인 멜로디 감각과 화려한 음악언어를 가지로 새로운 형식의 영국 오라토리오를 쓴 것이 바로 <솔로몬>이었다. 이 음반에 실린 ‘시바 여왕의 도착’이란 곡은 헨델이 바로크 시대에 살면서 다른 작곡가들과는 구별되는, 얼마나 생생하고 특별한 음악을 만들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2 헨델 : 즐거운 대장간
이 유명한 음악의 원곡은 헨델이 쓴 건반악기 모음곡 안에 포함된 아리아와 변주곡 작품이다. 1800년경 영국의 한 출판인이 이 곡만을 따로 분리해서 출판한 이후로 모음곡 가운데 오늘날까지 이곡만이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단순하지만 쉽게 들리는 민요풍의 멜로디가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데, 이 명곡에도 에피소드가 붙어있다. 헨델이 길을 걷다가 소나기를 만나 가까운 대장간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대장장이가 한창 쇠망치를 두드리며 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고 즐거운 그림을 안겨주지만 일화 자체에 신빙성은 없다.

13 헨델 : 수상음악 중 혼파이프 풍으로
다양하고 짧은 곡들을 연결해 놓는 모음곡 형식은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기악형태였는데, 헨델의 수상음악은 그런 모음곡의 하나의 모델이 되는 작품이다. 이 곡에는 1715년 헨델이 조지 1세의 왕궁의 템스 강 수상파티를 위해 작곡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 전체는 혼파이프를 포함해 여러 가지 춤곡들이 우아하고 열정적으로 스케치되어 있어 매우 화려한데, 당시 뱃놀이를 하던 조지 1세가 헨델의 음악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헨델에게 한 번 더 연주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가 사실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헨델의 음악이 왕의 수상파티에 어울릴 만큼 화려하고 우아하며 흥겨운 선율로 넘쳐있는 것은 사실이다. ‘혼파이프 풍으로’는 ‘에어’, ‘미뉴에트’,와 함께 수상음악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에 대하여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바흐와 헨델의 만년에는 새로운 음악적 이상을 추구한 악파가 등장했다. 그들은 바로크의 복잡한 다성부 음악보다는 보다 간결하고 선명한 음악을 추구했는데, 그 악파가 바로 고전주의 악파였다. 서양음악사에서 ‘고전파 음악’ 혹은 ‘고전주의 음악’라고 하는 용어는, 다른 음악사적 시대 분류와 마찬가지로 그 시기를 엄격히 적용할 수는 없지만, 대략 바흐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50년부터 1820년 정도까지의 음악을 지칭한다. 고전주의 음악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그 시대의 철학이나 시대적 배경을 알면 금방 이해된다. 당시 사회는 계몽주의 철학의 영향으로 자유주의 물결이 팽배해 있었고, 시민권이 점차 향상됨으로써 예술도 과거처럼 귀족이나 종교인 혹은 특정인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수용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시대적 요청은 자연스럽게 형식과 균형미를 중시하는 고대 그리스 예술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고, 당시 음악미학도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형식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대위적인 음악보다는 화성적인 음악을 즐겨 썼고, 개성적인 감각의 성악보다는 기악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 시대는 특정 귀족이 아닌 시민계층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음악 규범이 필요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이른바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이다. 고전주의 음악가들은 이 정격화된 음악규범에 기초해서 이전 시대와는 달리 간결하고 진솔한 선율을 만들고 그 선율을 화성적 반주로 보조하는 호모포니 음악을 즐겨 쓰게 되었던 것이다. 
본 아이템은 빈 고전파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만을 다루고 있지만, 고전주의 음악은 전기 고전주의 음악인 바로크 말기 1720년경부터 1770년까지의 음악을 포함하는 개념임은 물론이다. 전기 고전주의 음악가로는 만하임 악파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나, 소나타 양식을 창안한 바흐의 명석한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를 그 대표적 인물로 생각하면 된다. 이들이 고전주의 악파의 위대한 선구자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전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들은 빈 고전주의의 위대한 트로이카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다. 빈 고전주의 최초의 거장인 요제프 하이든은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가 시작한 기악곡의 소나타 양식을 완성시킨 인물이며 교향곡에서는 3악장에 미뉴에트를 고정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소나타 형식-가요형식-미뉴에트-론도라는 근대 교향곡의 틀을 마련한 음악가다. 모차르트는 비록 3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특유의 유머감각과 놀라운 음악 창작력으로 어마어마한 작품을 남겼던 서양 음악 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천재 음악가다. 천부적인 감각으로 수많은 걸작 오페라를 만들었던 그는 고전주의 오페라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으며 고전주의 소나타 양식을 보다 풍성한 색채로 만끽하게 만든 작곡가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완성된 음악에 보다 장엄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도래하는 낭만주의 물결에 물꼬를 터준 고전주의 최후의 완성자다. 비록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약점인 청각 장애로 고통 받았고 만년에는 그 어떤 음악가보다도 비참한 삶을 영위해야 했지만, 자신에게 닥친 그 모든 불행과 고통을 극복하고 수많은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던 그를 우리는 ‘음악의 성인’, 즉 ‘악성’으로 부르고 있다.


[ CD 2 곡해설 ]

01 글루크 : 정령들의 춤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Blessed Spirits)’은 보헤미아 태생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 ~ 1787)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ydice)』중에 나오는 유명한 곡이다.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오’ 이야기는 많은 작곡가로 하여금 음악을 쓰게 하였는데, 이 명곡 ‘정령들의 춤’ 덕분에 글루크의 작품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애처롭기까지 한 선율은 마치 꿈결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한 여름의 나른한 오후나 한 겨울의 깊은 밤에 들으면 그 환상이 더욱 진하다. 예쁜 꽃들이 미풍에 실려 하늘거리는 장면, 아니면 오페라 내용처럼 커다란 이슬 같은 풍선을 가진 귀여운 정령들이 투명한 날개옷을 입고 춤추는 장면이 쉽게 연상된다. 

02 하이든 : 교향곡 94번 ‘놀람’ 중에서 2악장
단순하고 조용한 2악장에서 갑자기 팀파니가 크게 울려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해서 ‘놀람’이란 별명이 붙은 명곡이다. 이 음반에서는 별명을 얻게 한 제 2악장을 실었다. 변주곡 형식의 악곡인데, 소박하게 흐르는 간결한 선율이 쉽게 기억된다. 현악기 합주로 희미하게 등장한 주제는 아주 더 여리게 반복한 후 갑자기 강력한 총주로 크게 울려 듣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60을 넘긴 하이든은 이렇게 재치 있는 작법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을 즐겼던 것 같은데, 이러한 태도는 당시 런던 국민들과 더욱더 친숙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03 하이든 : 현악 4중주 67번 ‘종달새’ 중에서 1악장
하이든의 나이 58세 때의 원숙한 작품인 이 D장조 4중주곡은 모든 현악 4중주 중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작품에 속할 뿐만 아니라, ‘황제’ 현악 4중주와 마찬가지로 하이든 현악 4중주의 가장 성숙한 양식을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다. 이 음반에는 문제의 1악장이 실려 있는데, 여린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시작하고 높은 음역에서 제 1바이올린이 종달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인상적인 노래를 풀어놓는다. 이 작품은 하이든이 30년 동안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보낸 후 그 궁정을 떠나기 직전에 쓴 작품이었다. 그리고 젊은 친구 모차르트도 이 즈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현악 4중주 1악장의 종달새의 노래는 에스테르하지의 니콜라스 공이나 천재 음악친구 모차르트의 별세를 슬퍼하는 울음으로 볼 수도 있겠다. 

04 모차르트 : 교향곡 40번 중에서 1악장
39번, 41번과 함께 모차르트가 남긴 3개의 최후의 교향곡 명작들 가운데 하나로 39번과 41번이 장조로 씌어진데 반해 40번은 단조로 작곡되었다. 따라서 가장 유명한 ‘몰토 알레그로’의 빠른 1악장은 즐거움을 주기는커녕 그 선율의 내용은 오묘한 슬픔으로 가득하다. 

05 모차르트 :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멜로디는 어린 시절 동요 ‘반짝 반짝 작은 별...(영어로는 Twinkle, twinkle little star...)’로 불렀던 것이라서 대단히 익숙하다. 프랑스의 민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Ah, vous dirai-je,maman)’를 가지고 모차르트가 12개의 변주곡으로 작곡한 것인데, 원래 민요는 사랑의 고뇌를 호소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듣는 모차르트의 주제와 변주 선율은 어린아이의 노래처럼 천진스럽다. 

06 모차르트 : 레퀴엠 중에서 슬픔의 그날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이 천재 작곡가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후세인들을 더욱 신비감에 싸이게 했던 음악이다. 이 음반에는 제 3부의 6곡인 ‘라크리모사(Lacrimosa , ‘슬픔’이란 뜻의 라틴어)’를 싣고 있다. 모차르트는 바로 이 라크리모사를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07 모차르트 : 교향곡 25번 중에서 1악장
모차르트가 세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해인 1773년에 작곡한 작품이다. 당시 모차르트의 나이는 17세였는데, 이 작품으로 모차르트는 기교가 뛰어난 피아니스트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진지한 청년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이 25번과 40번만이 단조로 씌어졌고, 나머지는 모두 장조로 씌어졌다. 그리고 단조인 두 교향곡의 조성은 g단조다. 그래서 이 25번을 40번과 비교하면서 ‘작은 g단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25번 교향곡에 대해서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하나의 ‘기적’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는데, 정열적이고 한편으로 염세적인 매우 독특한 성격의 작품이다. 우리의 음반에는 4분의 4박자, 알레그로 콘 브리오로 연주하게 되어있는 1악장을 실었다. 독특한 당김 음의 리듬을 타고 제1주제가 유니슨의 현악기와 오보에로 제시된다. 오보에는 주제 선율을 반복한 후 피아니시모가 되어 보다 부드럽게 선율을 노래한다. 하지만 악곡이 돌연 포르테로 변하고 현의 트레몰로, 호른의 팡파르와 함께 경과 주제가 출현해서 격정적인 소나타 음악으로 전개된다. 

08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서곡
모차르트는 10대 초반부터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피가로의 결혼』은 그 신비로운 천재가 남긴 여러 오페라 작품들 중에서도 『돈 지오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와 함께 가장 위대한 걸작에 속한다. 이 오페라에는 어느 오페라보다도 아름다운 명 아리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노래들의 인기만큼이나 서곡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현악기들이 쾌속으로 달리며 속삭이는 듯한 제 1주제는 특히 인상적이다. 두뇌의 회전이 빠른 피가로의 모습을 그린 것인지 급박하게 전개되는 오페라 내용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모차르트는 이 주제를 가능하면 빠르게 연주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말을 존중한 많은 거장들의 명 연주들이 대개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09 모차르트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중에서 알레그로
세레나데 G장조 K.525는 음악애호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대중적 명곡으로 전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악 세레나데이며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지극히 감미롭고 순수하며 완벽한 형식미를 자랑하고 있다. 1악장은 악상이 상쾌하지만 꿈 많던 어린 시절 한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 CD 3 곡해설 ]

01 모차르트 : 아베 베룸 코르푸스
모차르트의 유명한 성가인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는 기독교에서 고귀한 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성신(聖身)찬가이다. 내용은 이렇다. '참된 육체, 성모 마리아에게서 나신 성신을 찬미하나이다. 인류를 위해 심히 고초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잔혹한 창으로 옆구리를 찔려 피를 흘리셨고 성신에 죽음의 시련이 다가올 때조차도 우리에게 평안함을 주셨나이다. 오 선하고 부드러운 예수, 오 예수, 마리아의 아들이여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주소서. 아멘.'

02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
영화 <아마데우스>나 여러 CF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둘째 악장으로, 영롱한 피아노 음이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애틋한 로망스다. 모차르트는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1785년 2월에 작곡했는데, 그 시점은 모차르트의 최고의 명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때였다. 그러니까 이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의 작품인 것이다. 모차르트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에 최초로 단조(g단조)의 조성을 쓴 작품인데, ‘로망스’라는 곡상에 맞게 따스하고 로맨틱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 비치는 정서는 야릇한 슬픔이다. 

03 모차르트 : 클라리넷 5중주 중에서 2악장
모차르트는 빈에서 클라리넷 연주자 안톤 슈타틀러(Anton Stadler)를 만나 클라리넷이란 악기의 기능과 연주법에 관해 많은 것을 익히게 되었다. 슈타틀러는 모차르트에게 경제적인 원조까지 해주었는데, 모차르트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모차르트는 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두 곡의 클라리넷 명곡들을 작곡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이 클라리넷 5중주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쓴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브람스의 작품과 함께 클라리넷 5중주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평온하고 감미롭다.

04 모차르트 : 클라리넷 협주곡 중에서 2악장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이란 악기를 위한 협주곡으로 남긴 유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클라리넷 명인이었던 안톤 슈타틀러 때문에 작곡한 것이었다. 작곡연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1791년 10월 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차르트가 1791년 12월5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모차르트가 죽음을 불과 두 달 정도 남겨 두고 작곡했던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모든 생명체를 고요하게 잠들게 하는 듯한, 그러나 무척이나 아름다운 2악장을 예사롭게 듣지 않는다.

05 모차르트 : 터키 행진곡
1778년 모차르트가 파리에서 체류하는 동안 썼던 일련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 이 11번 소나타는 ‘소나타’라고는 하지만 전체 3악장에서 소나타 형식의 작품은 없다. 이 음반에 실린 3악장 역시 ‘터키풍의 론도’라고 씌어져 있듯이 4분의 2박자의 빠른 론도일 뿐이다. 하지만 이 곡은 ‘터키 행진곡’으로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에 속한다. 

06 보케리니 : 미뉴에트
‘미뉴에트(Minuet)’는 3박자로 된 느리고 우아한 무곡이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시골의 춤곡이었는데, 17세기에 들어와 궁정에서 이를 채택하여 우아하고 고상한 품격이 있는 악곡으로 발전시켰다. 미뉴에트는 우아한 춤이긴 하지만, 스텝이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이다. ‘미뉴에트’란 이름은 그렇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Menu’란 ‘작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7세기의 거장 륄리(Lully)도 자신의 작품에 이 미뉴에트를 사용했고, 다른 많은 작곡가들도 이 우아한 춤곡에 매료되어 모음곡 형태의 악곡을 작곡할 때 선택 악장 중의 하나로 즐겨 쓰곤 했다. 바로크의 위대한 두 거장 바흐와 헨델 역시 이 춤곡을 사용해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다. 한편, 18세기 고전 시대에는 바겐자일(Wagenseil), 하이든, 모차르트 등의 대 작곡가들이 교향곡 등의 형식에서 사용(대개 3악장에)하기도 했다. 이 음반에 실린 보케리니의 작품은 그의 현악 5중주 E장조 op.13 No.5 중의 한 악장인데, 선율이 쉬운데다 고상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연주될 때가 많다.  

07 베토벤 : 교향곡 5번 ‘운명’ 중에서 1악장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주피터’교향곡이나 ‘월광’ 소나타처럼 별명이 붙은 고전 음악들 가운데서도 특히 유명한 작품에 속한다. 흔히 이 작품은 독일어권 음악애호가들에게 오랫동안 ‘운명 교향곡’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그 별명은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니다. 처음에 폭발적으로 울려 나오는 리듬적인 음형에 대해 베토벤이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알려준 사람은 베토벤의 제자이며 전기 작가였던 안톤 쉰틀러(Anton Schindler)였는데, 그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 베토벤 스스로는 이 작품에 대해 어떤 표제적인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08 베토벤 : 교향곡 9번 ‘합창’ 중에서 4악장 환희의 송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대미를 장식하는 명곡으로 흔히 ‘환희의 송가’라고 불리는 극적인 기쁨의 노래이다. 4분의 3박자의 매우 빠른 악장인데,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자신에게 닥친 온갖 장애와 고뇌를 넘어 환희에 도달하자는 음악적 내용이 깊은 감동을 준다. '오 친구들이여, 이러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들은 좀더 기쁜 노래를 부르자. 좀더 환희에 넘치는 노래를!...'로 시작되는 가사는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의 시이다. 

09 베토벤 : 로망스 2번
베토벤의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는 모차르트의 ‘아다지오’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포근한 음악이다. 그가 쓴 두 곡의 로망스가 모두 유명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그 중에서 2번, Op.50을 선택했다. 로망스라는 단악장의 악곡이지만 엄밀히 말해 바이올린이 주인공이고 오케스트라가 함께 반주하며 진행하는 일종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그래서 흔히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에는 끝에 이 로망스 작품이 수록되는 경우가 많다. 


[ CD 4 곡해설 ]

01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에서 2악장
비창은 월광, 열정과 함께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인데, 초기 작품이지만 베토벤 스스로도 크게 만족했던 걸작에 속한다. ‘비창’이란 표제는 베토벤 스스로 ‘비창적 대 소나타’라고 붙인데서 기인했다. 이 음반에서는 그 소나타의 제 2악장인 느린 악곡을 담았다. 4분의 2박자의 아다지오로 가요풍의 부드럽고 평화로운 선율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악곡인데, 이 짧은 악장에서 아름다운 주제 선율은 조금씩 자신의 몸을 바꿔가며 다섯 번 되풀이 된다. 이 느린 악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쏟아 부었다.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가장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악곡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02 베토벤 : 교향곡 6번 ‘전원’ 중에서 1악장
비범한 정신성과 고집스런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사교술도 부족했던 베토벤은 대인관계를 그리 원활하게 갖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항상 많은 문제를 발견했다. 그래서 베토벤은 늘 사람과 대화하기보다는 자연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람보다 나무를 좋아한다” 베토벤은 산과 들을 꼭 혼자 다녔다. 자연은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로 자기주장을 하거나 질시하지 않았고 어떠한 가식도 없이 늘 그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베토벤은 특히 작품을 쓰기 위한 영감이 필요하면 늘 스케치북 하나를 들고 그 편안한 안식처를 찾았다. ‘전원‘이란 부제가 붙은 그의 여섯 번 째 교향곡은 베토벤이 이렇게 자신을 늘 편안하게 맞아주던 자연과 교감하면서 얻은 위대한 예술이다. 베토벤은 1802년에 스케치해놓았던 이 작품을 1807년 그리고 1808년 여름 빈 근교에 있는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완성했다. 오늘날과는 달리 베토벤이 살던 시대의 하일리겐슈타트는 시골의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조용한 은둔지였다. ‘전원’이란 부제는 베토벤이 스스로 붙였다. 또 각 악장에는 빠르기 표시 외에 간략한 묘사적 표제 일일이 붙여 놓았는데 이것 역시 그가 적어 넣은 것이었다. 1악장의 내용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 행복한 느낌이 일어남’이다. 베토벤이 남긴 표제 그대로, 전원에 왔을 때 느껴지는 평화롭고 상쾌한 기분이 현악기의 제 1주제로 그려지고 곳곳에 지저귀는 새 소리 같은 음형이 전원의 느낌을 배가시킨다.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경쾌한 도약리듬은 이 악장 전체를 수놓고 있는데, 이것은 시골의 어린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악장 전체의 평온한 전원의 느낌을 해치지 않도록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간결한 기법으로 일관하고 상큼한 리듬과 잔잔하고 유려한 선율만을 풀어놓고 있다.

03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중에서 3악장
베토벤의 5번째 피아노 협주곡에 붙게 된 ‘황제’란 별명은 베토벤 시대부터 불려졌던 것이지만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었다.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들에 별명을 붙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폴레옹이든 누구든 ‘황제’ 혹은 ‘제왕’의 이미지를 갖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토벤 스스로 그런 제목을 자신의 작품에 붙였을 거라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많은 애호가들은 그냥 ‘피아노 협주곡의 황제’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실제로 ‘황제’ 협주곡은 피아노의 기능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최대한의 표현을 하려고 한 점에서, 그리고 피아노를 교향악 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에서도 아주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의 영향을 완전히 뛰어넘고 벗어나 피아노 협주곡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세계를 펼쳐놓았던 것이다. 이 장르에서 베토벤이 보여준 모든 혁신적인 시도는 후일 많은 낭만주의의 피아노 협주곡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느린 악장은 심오한 사색으로 이뤄져 있고, 빠른 악장들은 웅대하고 당당하다. 이 음반에서는 3악장을 선택했다. 

04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중에서 1악장
베토벤의 중기 창작기에 씌어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14는 흔히 ‘월광’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명곡이다. 19세기의 시인 렐슈타프가 스위스 루체른 호수에서 달빛을 받아 일렁거리는 조각배와 같다고 한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 별명이 붙게 한 ‘아다지오’악장은 느린 곡이지만 이 소나타의 1악장에 자리 잡고 있다. 음의 길이를 충분히 끌어 꼭꼭 누르라는 ‘소스테누토’의 효과로 달빛 밤의 정취가 듬뿍 발현되고 있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는 렐슈타프가 기껏해야 서너 살 정도였을 테니 베토벤은 시인의 표현을 듣지 못했다. 

05 베토벤 : 엘리제를 위하여
귀여운 론도 형식의 작품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쉽게 연주하게 될 정도로 기교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베토벤이 죽은 후에 알게 된 곡으로 엘리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베토벤의 필사본>이라는 책을 남겼던 막스 웅거는 엘리제라는 여인이 베토벤이 결혼하려고 했었던 테레제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테레제를 엘리제로 잘 못 읽고 출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추측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아무튼 이 짧은 소품은 귀여운 수수께끼이다.  

06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중에서 2악장
9번 ‘크로이체르’와 함께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인 5번은 1801년에 베토벤이 단숨에 작곡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봄’이란 별명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마치 봄을 알리는 햇살과 아지랑이처럼 포근하고 따스하며, 밝고 희망과 행복에 가득한 느낌을 싣고 있는 이 곡의 별명으로는 매우 적절하다. 물론 당시 청각장애로 깊은 고통의 수렁에 빠져 있던 베토벤이 그린 세계라서 편안하게 음악 감상을 하면서도 야릇한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07 베버 : 무도회의 권유
베버가 드레스덴 오페라의 지휘자로 있던 시절인 1819년에 써서 오페라 가수 브란트 부인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원곡은 피아노 독주용이지만 현재 많이 연주되는 것은 베를리오즈가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이다. 베버는 이 곡에 ‘화려한 론도’라는 제목을 붙였었다. 한 신사가 여성에게 예의바르게 춤을 권유하고, 여성은 수줍어 거절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해서 결국 화려한 춤을 추게 되는 무도회장의 풍경을 그린 명곡이다.  


낭만주의 시대와 근대 음악에 대하여
낭만주의 시대는 넓게는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보지만, 보통 낭만주의라고 하면 19세기, 즉 1800년대 내내 유럽 문화계를 지배했던 예술사조로 통한다. 그래서 우리는 ‘19세기 낭만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앞서 고전주의 시대의 예술가들이 형식을 중시했다면, 이제 낭만주의 시대 예술가들은 형식에 매달리지 않고 주관적인 감정을 보다 자유롭게 창작하려고 했다.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창작에 반영하다보니,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에는 공상적이고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 낭만주의가 발생하게 된 시대적 원인은 산업 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는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크게 변화를 맞았는데 이는 예술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각 역시 많이 변모시켰다. 물론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프랑스 혁명으로 봉건주의가 와해되고 도시화, 자본축적으로 신흥 부르주아 계층이 탄생함으로서 예술은 이제 과거의 왕족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 향유층을 위한 창작물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서양음악사에서 보통 낭만주의 시대 최초의 음악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꼽는 사람은 독일의 작곡가 베버다. 그의 초기 낭만주의 경향의 음악은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등의 작곡가로 이어지면서 크게 발전한다. 프랑스의 낭만주의는 베를리오즈로 시작했는데, 그 뒤를 이은 음악가들은 독일의 낭만주의에서 또 하나의 그룹으로 발전했던 리스트-바그너 계열의 낭만주의 작곡가들이다. 베를리오즈-리스트-바그너로 이어지는 계열의 음악은 주로 표제음악 등 언어개념을 기초로 해서 음악을 썼다. 한편 프랑스의 낭만주의는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크게 발전했는데, 주로 포레, 프랑크, 생상스 등 국민주의 음악가들 덕분이었다. 그 외 프랑스 낭만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짧은 생애를 살다가 갔지만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비제다. 프랑스 낭만주의는 인상주의로 이어진다. 대체로 1890년에서 1915년 정도까지의 프랑스 음악을 가리키는 말인데, 드뷔시와 라벨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작곡가들은 섬세한 관현악의 색채 등 주로 음색에 몰입한 음악을 썼다. 독일 낭만주의는 19세기 말엽에 가까워지면서 이른바 ‘세기말적인 징후’를 여실히 보여줬다. 초기 낭만주의는 소박하고 순수한 감성으로 음악을 썼지만, 말러, 볼프 등 이 시대 작곡가들은 주술적이고 다소 관능적인 새로운 이디엄에 기초해서 작품을 썼다. 19세기 후반은 자국의 민요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쓰는 이른바 국민주의 음악가들이 많은 활동을 했다. 러시아의 무소르그스키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차이코프스키, 체코의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스페인의 그라나도스와 알베니스, 노르웨이의 그리그, 핀란드의 시벨리우스가 모두 국민주의 음악가들이다.


[ CD 5 곡해설 ]

01 로시니 : 윌리엄 텔 서곡
오페라 ‘윌리엄 텔’은 스위스의 해방 투쟁을 소재로 한 쉴러의 명작을 기초로 로시니가 쓴 작품이다. 전체가 4막 5장으로 거의 공연 시간이 다섯 시간에 육박하는 이 대작은 오늘날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서곡만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관현악의 대가였던 베를리오즈도 이 윌리엄 텔 서곡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내용상 이 서곡도 4부로 나뉘어 있다. 제 1부는 ‘밝아오는 아침’이다. 스위스 호수에서 깊은 잠을 자던 만물들이 깨어나며 서서히 밝아 오는 아침을 그리고 있다. 제 2부는 알레그로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정경이다. 그 안에는 평화와 자유를 갈구하는 스위스 민족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제 3부는 다시 차분한 안단테로 돌아간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서 폭풍우 후에 평온을 되찾은 전원의 모습이 연상된다. 플루트와 잉글리쉬 혼의 소박한 대화에 전원에서는 새소리까지 등장하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하지만 4부에서는 이 평온한 고요를 돌발적으로 깨는 트럼펫 소리와 함께 아주 힘차고 흥겨운 패시지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02 슈베르트 : 자장가
브람스의 자장가와 함께 가장 유명한 자장가다. 서정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가사로 썼으며, 슈베르트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슬픔의 감정을 담아서 작곡한 것이다. 가사는 이렇다. '잘 자라 잘 자라 노래를 들으며, 옥같이 어여쁜 우리 아가야, 귀여운 너 잠 잘 적에, 하느적 하느적 나비 춤춘다.' 

03 슈베르트 : 피아노 5중주 ‘송어’ 중에서 4악장 주제와 변주
슈베르트의 실내악곡인 피아노 5중주 <송어> 가운데 너무도 유명한 4악장의 악곡이다. 원래 이 악곡은 그의 가곡 <송어>의 멜로디를 가지고 주제와 변주곡으로 쓴 것이다. 4분의 2박자로, 대개 이 4악장은 피날레 악장이 되어야 하지만, 슈베르트는 전통적인 틀을 깨고 변주곡의 악장으로 만들었다. 바이올린으로 제 1주제가 제시되고 이어서 화려한 5개의 변주곡이 진행된 다음 다시 종결부에 가서 단순한 변주를 보여주게 된다. 순수한 서정으로 가득한 2악장의 느린 악곡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지만, 이 4악장의 주제와 변주에서는 황홀한 변주곡의 앙상블이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 피아노 5중주곡의 핵심이 되는 곡이다. 

04 슈베르트 : 물위에서 노래함
슈베르트가 1823년에 슈톨베르크 백작의 시에 붙인 가곡. 32분음표의 피아노 반주를 타고 물 흐르듯 연주되는 선율이 아주 인상적인데,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가 씌어지던 해에 나온 작품이지만 그 연가곡의 작품들보다 음형이 훨씬 유려하고 기교도 많다.'반사되는 파도는 반짝이고, 흔들리는 배, 미끄러지듯 나간다. 마치 백조처럼. 아, 기뻐 즐겁게 반짝거리는 파도 위에 영혼도 미끄러진다. 배처럼. 하늘 위 석양이 배 주위 파도 위에서 춤춘다. 서쪽 작은 숲나무 꼭대기 너머에는 붉은 색의 빛이 정겹게 흔들린다. 동쪽 작은 숲 나뭇가지 아래에는 갈대가 붉은 빛으로 속삭인다. 영혼이 붉은 광채로 하늘의 기쁨, 숲의 평화를 얘기한다. 아 눈물 젖은 날개와 함께 시간은 흔들리는 파도 위에서 사라져간다. 내일 다시 시간이 희미한 날개와 사라지게 하자. 어제와 오늘 그랬던 것처럼, 더 높고 더 빛나는 날개 위에서 내 자신이 시간의 흐름에서 사라질 때까지.'

05 슈베르트 : 즉흥곡 Op.90 No.3
슈베르트는 Op.90(D.899)과 Op.142의 두 세트 즉흥곡을 남겼다. ‘즉흥곡’이란 타이틀은 작곡가 스스로 붙인 것이 아니라, Op.90을 출판했던 하슬링거의 생각으로 쓰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슈베르트 즉흥곡의 작곡기법상의 특징은 성악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피아노 음악에 나타나는 주제들은 성악곡의 선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러운 호흡의 길이에 맞춰져 있고, 노래가 넘친다. 이 음반에는 Op.90의 네 곡 중에서 3번을 수록하고 있다. 

06 슈베르트 : 악흥의 순간 3번
‘악흥의 순간’은 슈베르트가 수필을 쓰듯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한 피아노 소품이다. 그 중에서 3번인 알레그로 모데라토 악곡은 ‘악흥의 순간’이라면 이 곡을 먼저 떠올리게 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4분의 2박자로 되어 있으며,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려질 정도로 흥이 느껴지는 멜로디를 갖고 있다. 왼손이 담당하는 무곡의 리듬도 악곡을 더 흥미롭게 하는데, 아이들이 깡충깡충 뛰노는 것 같은 천진난만한 악상도 흥미롭다.

07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중에서 2악장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아주 독특한 작품이었다. 이전에 혹은 당대에 이런 비슷한 레퍼토리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풍경에서 가장 경이로운 돌발사건이었다. 형식의 대담함, 상상을 초월하는 환상적 열정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오케스트라 곡에 속하게 되었다. 이 음반에서는 2악장인 ‘무도회에서’를 싣고 있다. 4분의 3박자의 왈츠가 환상적인 서주에 이어서 시작되며, 현의 리듬을 타고 바이올린이 왈츠 선율을 가볍게 노래하는 아주 우아한 춤곡이다. 

08 글린카 :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악마와 마술이 등장하는 러시아의 전설을 푸쉬킨이 극시로 엮어 창작한 작품을 글린카가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오페라는 키에프 성주의 딸 류드밀라 공주가 악마한테 납치 당하면서 시작된다. 성주는 딸과 결혼하겠다고 구혼해온 세 명의 귀공자에게 딸을 악마로부터 구해오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결국 루슬란이란 사람이 다른 경쟁자들의 갖가지 음모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오고 그 공헌으로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서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며 제 1 주제는 화려한 결혼의 음악이고 제 2 주제는 러시아 민요조의 선율을 바탕으로 한 음악이다.  

09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 1악장
멘델스존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두 곡 남겼다. 20세기 중반에 발견된 d단조와 이 음반에 소개하는 e단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인기 면에서 두 작품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e단조 협주곡은 부드럽고 낭만적인 정서, 완벽한 균형과 형식적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그의 명곡들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일 낭만주의가 낳은 가장 풍성한 수확 중의 하나로 여겨질 만큼 독주 바이올린의 온갖 기교와 아름다움이 풍성하게 녹아있는데, 3개의 악장이 모두 쉬지 않고 연주하게 되어 있다. 이 음반에서는 1악장 알레그로 몰토 아파쇼나토를 실었다. 속삭이듯 하는 현악기의 분산화음을 타고 바이올린 독주가 제 1주제를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소나타 악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전개된다. 긴 코다를 가지고 있으며 정열적으로 마무리된다.


[ CD 6 곡해설 ]

01 멘델스존 : 핑갈의 동굴 서곡
서곡이라고는 하지만, 이 작품은 오페라의 서곡이 아니고 연주회용 서곡이다. 1829년 멘델스존이 스코틀랜드 북서쪽 연안 부근 헤브리디스 제도에 있는 핑갈의 동굴을 여행한 후 1830년에 작곡한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본 느낌을 담은 이 작품은 음악으로 그린 세밀한 수채화라고 할 수 있다. 동굴 부근의 파도와 주위 풍물을 보고 느낀 인상은 아주 그럴싸하게 묘사되어 있다. 뛰어난 낭만주의 풍경화가 멘델스존, 그는 붓으로든 음으로든 그리는 것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02 멘델스존 : 무언가 중에서 봄노래
멘델스존의 무언가(이 말은 멘델스존이 붙인 것이 아니라 후대의 사람이 명명한 것이다)는 노래 풍의 선율과 간단한 반주로 되어 있는 피아노 소품들이다. 이 소품들은 어느 시점에 단기간에 씌어진 것이 아니라 1830년부터 1845년까지 장장 15년에 걸쳐 남긴 작품들이다. 바그너가 음의 풍경화가라고 칭찬했을 정도로 음으로 사물이나 풍경을 스케치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멘델스존의 독특한 재능이 십분 발휘된 곡들이라 하겠다. 이 중 ‘봄노래’는 너무도 유명한 명곡인데, 단순한 형식에 장식을 교묘하게 써서 화사한 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걸작이다. 바이올린이나 관현악으로 편곡되어 사랑 받기도 했다. 

03 슈만 : 어린이 정경 중에서 트로이메라이(꿈)
‘트로이메라이’는 로베르트 슈만이 쓴 13곡의 피아노 모음곡집 『어린이 정경』중에서 제 7곡이다. 『어린이 정경』은 20대 후반의 작곡가 슈만이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한 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3곡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처량할 정도로 부드러운 멜로디로 순결하게 흐르는 ‘트로이메라이’는 특히 아름답다. 항상 우리의 마음을 평안한 곳으로 인도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각종 태교 음반이나 명상음악 음반에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한다.

04 리스트 : 사랑의 꿈 3번
리스트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에 속한다. <사랑의 꿈>이라고 불리는 세 곡의 피아노 소품은 원래 리스트가 가곡으로 썼던 것을 피아노곡으로 다시 편곡한 것이다. 전 3곡 중에서 <사랑의 꿈>이라면 이 음반에 실린 제 3번의 작품을 가리킬 정도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며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피아노곡의 분위기는 원곡의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사랑하라,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싶을 때까지 마음껏. 곧 그대도 무덤 속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이다. 탄식할 날이 올 것이다.' 사랑을 예찬하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선율은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05 리스트 : 라 캄파넬라
19세기 바이올린의 가장 탁월한 비르투오소였던 니콜로 파가니니의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op.7)의 3악장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해 들려주고 있는 레퍼토리.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란 이탈리어어는 종(鐘)이란 뜻으로 바이올린의 마술사였던 파가니니가 작은 종소리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낼 수 없을까 생각하던 끝에 만든 작품이다. 그의 기발한 예술가적 호기심이 후대의 작곡가들에게는 엄청난 영감을 불어 넣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리스트도 그의 파가니니 대 연습곡에서 이 주제를 이용해 놀랄 만큼 화려한 걸작을 만들었는데 그 곡이 바로 이 음반에 실렸다.

06 리스트 : 헝가리 광시곡 2번
뜨거운 열정, 강열한 생명력으로 리스트 팬들을 매료시켜온 헝가리 광시곡은 헝가리인의 기질과 삶의 애환을 잘 표현한 명작이다. 흔히 리스트를 교향시란 장르의 개척자로 생각하고 그 공적으로 높이 존경하지만, 사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보다는 일련의 헝가리 광시곡들이다.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작품 가운데 2번과 6번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음반에서는 2번을 선택했다. 서주부의 애잔한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고, 후반부에서는 집시의 야성적이고 정열적인 기질이 화려하게 표현되었다. 변화가 많은 멜로디들을 하나하나 좇아 듣는 재미가 아주 좋다. 

07 쇼팽 : 강아지 왈츠
흔히 ‘강아지 왈츠’라고 불려지는 곡이다. 쇼팽의 애인이었던 조르쥬 상드가 키우던 강아지가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모습을 보고 작곡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상드와 쇼팽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때인 것을 생각하면, 이 에피소드가 진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단순하고 짧은 곡이지만 중간부에는 아주 달콤한 선율도 끼어져 있다. 

08 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 중에서 2악장
쇼팽이 쓴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첫사랑의 여인 콘스탄차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쓴 것이었다. 이 음반에는 첫 협주곡(사실은 이 작품이 나중에 작곡된 것이다)의 느린 악장을 담고 있다. 이 느린 악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1830년 5월 15일에 쇼팽이 친구인 티투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그 악장은 요란한 악장이 아니야-그것은 고요하고 우울한, 아주 진한 로망스라네; 수많은 소중한 추억들을 생각나게 하는 그때 그 장소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고 있어야 하지. 그것은 아름다운 봄날, 달빛이 비치는 곳에서 잠기는 일종의 명상이라네.' 쇼팽은 이 곡을 사랑하는 콘스탄체가 참석한 그의 고별 콘서트에서 연주했었다.  

09 쇼팽 : 야상곡 Op.9 No.2
쇼팽의 야상곡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4분의 2박자로 연주하게 되어 있고 3부형식이다. 널찍하고 섬세한 오른손의 멜로디와 절묘하게 화합하는 반주부의 매력이 특별한 음악인데, 다소 신경질적이었다고 전해지는 쇼팽이 지닌 지극히 예민한 감성이 잘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 곡은 곧잘 관현악곡이나 플루트 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된다.

10 쇼팽 : 빗방울 전주곡
4분의 4박자의 조용한 이 곡은 ‘빗방울 전주곡’이라고 불리는 명곡이다. 전주곡 중에서 가장 길며 전곡에 걸쳐 단조롭게 계속 울려대는 반주부의 저음 때문에 ‘빗방울’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 곡의 별명과 얽힌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쇼팽이 마요르카 섬에 요양하고 있을 때, 조르쥬 상드가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쇼팽이 이 곡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마침 비는 멎어있었고 처마 끝에는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쇼팽이 치는 피아노의 반주부의 음형이 처마에 달렸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닮았었다는 얘기다.


[ CD 7 곡해설 ]

01 구노 : 아베마리아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슈베르트의 작품과 쌍벽을 이루는 잘 알려진 아베마리아 명곡이다. 이 노래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아곡집 제1권의 제1번 C장조’를 조옮김하여 반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반주에 구노가 붙인 멜로디는 맑고 경건한 분위기의 것으로 종교적 감명을 깊이 받게 한다.

02 오펜바흐 :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서 뱃노래
‘뱃노래’는 독일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오펜바흐가 남긴 유일한 대형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중에 나오는 음악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로장탈이 1938년에 오펜바흐가 쓴 오페라의 매혹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명랑한 파리 사람’이라는 편곡 작품을 내놓기도 했는데, 우리가 흔히 듣는 ‘뱃노래’는 이 버전을 사용해 연주한 것이다.  

03 주페 : 경기병 서곡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주페(Suppe, Franz von, 1819-1895)는 <레퀴엠>같은 심각한 작품도 썼지만, 대개는『아름다운 갈라테아』,『경기병』등 약 30편 정도의 매력적인 오페레타 작품을 써서 커다란 명성을 얻었다. 이 음반에 실린 곡은 1866년에 주페가 빈에서 내놓았던 2막 오페레타인『경기병』에 나오는 서곡이다. 그의 오페레타는 무대에 잘 올려지지 않지만, 이 호방하고 유쾌한 서곡만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명곡이 되어 있다.

04 주페 : 시인과 농부 서곡
젊은 시절에 카를 엘머의 작품을 위해 쓴 부수 음악이다. 처음에는 첼로가 연주하는 안단테 마에스토소로 시작되고, 알레그로로 넘어가면 폭풍우처럼 뜨거운 열정의 음악이 나온다. 곡이 차츰 가라앉으면 이어서 흥겨운 행진곡이 시작되고 잠시 후에 왈츠가 나타나기도 한다. 왈츠는 농부의 춤처럼 소박하게 느껴진다. 이윽고 행진곡 풍의 선율이 고조되어 절정에 이르면, 다시 처음에 나왔던 안단테 선율이 재등장하면서 마무리된다. 

05 프랑크 : 천사의 양식
프랑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가 1872년에 작곡한 작품이다. 원래 이 곡은 테너와 오르간, 하프,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위해 씌어진 것이었고 같은 해에 그 형태로 출판되었었다. 하지만 작곡가는 나중에 이 작품을 그의 1860년 작품인 ‘3성을 위한 미사’에 붙여놓기도 했다. 가톨릭 미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뜻하는 빵(양식)을 나눠먹는 일, 즉 성체 배령(拜領)을 할 때 불려지기도 하는 유명노래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천사의 양식은 모든 인류를 위한 양식이 되리라. 천사들이 가져온 양식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목적이다. 오, 기적적인 일이로다! 이 성체는 아무리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그들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다. 아무리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일지라도.'

06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피치카토 폴카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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