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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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임의진: 기차여행


앨범번호 : AMC2067
바코드 : 8809090671532
발매일 : 2006-06-02
장르 : 월드뮤직

<여행자의 노래>로 독특한 월드뮤직을 들려주고 있는 떠돌이별 임의진, 그가 세계 곳곳에서 그러모은 기차 여행에 얽힌 희귀곡들. 김두수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버들치 시인 박남준의 시낭송, 북한 여가수 이선주와 에디 리더가 함께 노래한 초희귀 자장가, 쿠바의 음유시인이 부른 <내게 드리운 손길>, 재발매 선물로 <슬로우 리버>가 찰방찰방 기차를 따라 흘러간다. 기차여행자여! 로그아웃의 그날까지 이 노래를 들으며 기차를 타라, 여행하라!

두번째 기차여행,
철로변 다문다문 늘어선 미루나무 사이로 나리는 눈발

지난 2006년 첫 선을 보였던 ‘기차여행’을 다시 재발매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려 넣고 소개글을 전부 갈아엎고, 보너스 트랙도 한곡 새로 담았다. 그대 마음에 차실런지, 그대가 이 노래들을 부디 다시 듣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은행잎이 떨어지던 작년 늦가을, 나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아이에서 <방황하는 영혼>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그림 개인전을 가졌다. 오가는 길에 음반사에서 새로 마스터링하여 안겨준 이 노래들을 다시 들었다. 내 아이들 같았던 그림을 멀리 떠나보내고 허전한 마음이었는데, 옛사랑이었던 이 노래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대와 두 번째 기차여행이어서 익숙하고 좋구나. 슬쩍슬쩍 여행중에 그린 스케치나마 넣어서 다시 만들어 선물할 수 있다니 설레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다. 집의 거실 유리창이나 내 방 쪽창이나 내가 모는 승합차의 유리창이 모두 기차 객실의 유리창만 같다. 아니 내가 쓴 동그란 안경도 마찬가지. 
곁에 함께 동승했던 당신이 그리울 때, 손을 내밀듯 음반장에 손이 간다. 나는 사랑을 잃고 이렇게 그대에게 쓴다. 내 옆자리에 언젠가 당신이 다시 앉는다면 나는 꼭 이 노래들을 같이 들을 거라고. 이 노래를 기억하는 당신만이 내 옆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기차 여행 이후에 배와 비행기, 자전거 등 여러 가지 레퍼토리가 있지만 결국 다른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기차여행을 다시 들려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언젠가는 때가 찰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들려드릴 노래와 얘기가 아직도 많다. 사랑한다는 말은 끝이 없다. 끝이 있을 수 없다. 내가 들려드리는 월드뮤직도 마찬가지다. 
철로변 다문다문 늘어선 미루나무 사이로 나리는 눈발을 보라. 그 무수한 사랑의 하강처럼 그대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고 싶다. 이 한편의 인생 ‘기차여행’ 사운드 트랙과 더불어... 

나는 지상에서 가질 수 있었던 시간 중에 
꽤 많은 시간을 기차에서 보냈다 
기차에서 잠이 들었고 
기차에서 책을 보았으며 
기차에서 예언자를 만났다 
그대를 그리워했다 

어디론가 우리는 떠나야 한다 
지금 나는 역 앞에 나와 있다 
우리에게 쥐어진 돈은 그저 여비일 뿐 
앞으로 그대는 재산이라 부르지 말고 
여비라 불러야 한다 

기차표를 쥔 사람들 속에 그대와 내가 서 있다 

왕복표를 구한 사람도 있다 
작은 가방을 둘러맨 자는 서둘러 돌아올 자들이다 
아주 그곳에 눌러 살 작정으로 떠나는 이도 있다 
그런 이들은 짐이 무척 여러 뭉치여서 
마음도 가벼웁지가 않다 

기차는 떠나고 남겨진 이들이 있다 
오래도록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보통 가족들과 벗들이 철로 끝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역을 맡는다 
그러나 떠나는 이는 손을 한번 말고는 흔들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헤어짐마다 비슷한 광경이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의자에 나란히 앉게될지도 모른다 
내가 혹시 외로워 말을 붙이면, 외면하지 말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기를 
그리고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나 지혜를 
조금이나마 들려주기를 
우리는 그 기차칸에서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만난 사이처럼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지도 모른다 

종착역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내가 먼저 
혹은 그대가 먼저 기차에서 내린다면 
부디 '안녕!' 손을 흔들어 주기 바란다 
눈물을 들키지 않게 
나는 서둘러 역을 빠져나올 것이다 

(기차여행) 


2011년 봄꽃 새날,
담양 산골짝 정거장에서 떠돌이별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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