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음악계의 총아 이딜 비렛, 모국의 음악을 아우르다!
터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나디아 블랑제와 알프레드 코르토 그리고 빌헬름 켐프라는 세계 정상급 스승의 가르침과 인정, 16세부터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었던 이딜 비렛은 터키 음악계에서 마치 김연아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는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이딜 비렛 한 사람만을 위해 2002년 마련된 이딜 비렛 아카이브(IBA)에 수록된 피아니스트 이딜 비렛의 음악 여정은 터키가 낳은 세계적인 연주자로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전설적인 연주가들과 함께했던 찬란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올해로 80세를 맞이하는 그녀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작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작에 이어 올해에는 지난 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모국 터키의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는 기념비적인 음반을 선보였다(1958년부터 2021년 사이 녹음). 1927년 빌헬름 켐프의 터키 방문, 이 때 이루어졌던 터키의 국부 케말 파샤와의 대담과 ‘음악적 비전’의 공유에서 부터 음반은 시작된다. 터키 현대 음악을 대표하는 ‘터키 5인조’ 중 에르킨, 사이쿤, 레이와 이들의 제자인 우스만바스 등 작곡가와 작품의 면모는 터키 현대 클래식 음악의 미니어처라 할 만큼 촘촘하며, 이를 돋보이게 하는 이딜 비렛의 연주는 빼어나다. 특히, 작품의 성격에 따라 일순간 카멜레온처럼 색채를 바꾸는 파격미와 강력한 타건은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