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의 세 번째 음반_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

[CD] SUNWOOK KIM: BEETHOVEN; PIANO SONATAS 8/14/23


앨범번호 : ACC30409
바코드 : 4260234831320
발매일 : 2017-02-15
장르 : 클래식

젊은 고전주의자의 베토벤

김선욱의 세 번째 음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

김선욱의 베토벤 연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3곡을 또다시 녹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수많은 녹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해야 한다"라고 인정받으려면 뭔가 특별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해석 중의 하나로 편하게 안주하는 것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다. 김선욱이 해야 할 일은, 순수한 음악성으로 혹은 그 이상의 것을 발휘하여 베토벤의 예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적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2백 년 동안 해석되어온 이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김선욱은 아직 젊지만 진지하고 성실한 활동을 해 왔다. 그것은, 안드라스 쉬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하면서 쉬프에게 사사한 결과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마스터 클래스는 본의 베토벤 하우스에서 있었다. 이곳에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초판본뿐만 아니라 자필 악보의 2/3가량과 베토벤이 사용하던 포르테피아노가 소장되어 있다. 호기심 많고 성실한 김선욱 에게는 아주 고귀한 수집 자료일 것이다. 베토벤의 오리지널 악보에 접근한다는 것은 음악적 영감을 더욱 고취시켜 준다. 원전악기가 반영된 이 자필 악보들의 존재 이유는 바로 재해석인 것이다. 그것만이 반복되는 뻔한 실수를 피하는 길이다.

이 CD에서 김선욱은 베토벤의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 소나타 3곡을 연주했다. 32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1/3이 단조인데, 이 3곡 모두 단조로 된 곡들이다. 1797~1799년에 작곡된 작품 13의 C단조 대소나타 "비창"(베토벤 본인이 붙인 제목으로 추정된다) 1악장은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조성에 따라 곡의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되던 그 시절에 C 샾 단조는 분노와 고결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열정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해내는 조성이다. 작품 27/2는, 베토벤이 청력 문제로 존재적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1801년에 작곡되었다. 혹독한 자기 성찰과 잠시나마 줄리 귀차르디와의 사랑을 통해서 베토벤은 그 위기를 극복했고, 이 곡은 그녀에게 바쳐졌다. "월광"이라는 제목은 베토벤과는 상관없이 잘 못 붙여진 것이다. 느린 첫 악장은 낭만적인 달밤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장송곡이다. (초판본에 적혀진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부제는 작품 27/1 E플랫장조 소나타에 붙여진 부제가 실수로 따라온 것으로 여겨진다. 27/1과 27/2는 원래 하나의 부제를 갖게 되어 있었다.) 1804~1806년에 작곡된 작품57의 F단조 소나타는 "대소나타"로 명명되지 않았고, "열정"은 작곡자가 붙인 제목도 아니었다.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작곡되었다. 첫 세 부분이 모두 반복되는 느린 변주 악장에서는, 해석자에 따라 즉흥을 요구할 정도의 변주 레벨을 보인다.

이 당시 작품에서 그러하듯이 각각 1800년, 1802년에 출판된 소나타 작품13과 작품27/2는 클라브생/하프시코드 연주용으로 작곡되었다.(이 용어는 키보드 악기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1807년에 출판된 작품57의 초판본에는 "포르테피아노"용이라고 되어 있다. 1803년까지 베토벤은 비엔나의 나넷 슈트라이허와 안톤 발터로부터 악기를 공급받았다. 그 후에 파리의 세바스티앙 에라르 공방의 5.5 옥타브 악기를 사용했는데, 영국 모델에 기반을 둔 이 악기로 인해 "열정" 소나타를 작곡할 수 있었다.

각 곡의 해석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C단조 소나타의 경우 첫 번째 질문은, 1악장의 반복되는 "빠르고 매우 생기있게" 부분에 느린 서주가 포함되어야 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돌프 제르킨은 오리지널 악보에 반복 기호가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물론 출판되기 전에 추가된 것이라는 뜻) 김선욱은 1악장 "그라브" 부분의 반복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기로 했다. 이 느린 서주부는 자유롭게 개인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어지는 "빠르고 매우 생기있게" 에서는 저음, 고음 라인의 상호작용과 이전 부분과의 조화로운 템포가 요구된다. 한편, 느린 2악장에서는 중음, 저음 라인에 자율성이 주어져 있어서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일방적인 도그마에 빠질 필요가 없다. 베토벤은 약음 페달의 사용 결정을 항상 연주자에게 맡겨두었다. 
이 소나타에는 페달 사용에 대한 지시가 없으므로 페달 사용으로 인한 음색의 변화는 오로지 연주자의 몫이다. 3악장의 해석은 명쾌하다. 힘이 있어야 하지만, 너무 커서도 안 되고 들떠 있어도 안 된다. 적절한 연주를 위해서는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마지막 네 소절에서 다이나믹의 대조를 잘 살려야 한다.

C샵단조 소나타와 F단조 소나타에는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페달 사용 지침이 있다. C샵단조에서는 1악장 내내 페달이 사용된다. 이것은 당시의 포르테피아노의 현이 가늘었던 것에 비해 오늘날 피아노의 현이 굵어서 더 길게 울리는 것과 같다. 김선욱은 아주 정교하게 반복적으로 페달을 바꾸고 있어서 그 음향 효과는(마치 회화에서 스푸마토 같은 기법) 마치 페달 바꿈 없는 포르테피아노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 물론 그는 이 악장이 "알라 브레베"이며, 템포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월광"이라는 것 때문에 이런 내용이 간과되기 쉽지만, 4박자가 아니라 2분의 2박자라는 뜻이다. 작품57의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마지막 6~8소절에 걸쳐 계속 페달 사용을 지시하고 있고,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지시가 없다. 느린 2악장에서는 주제와 첫 두 번의 변주부의 반복에서 어떤 변화를 줄지 연주자가 결정해야 한다. 
당시에는 이 부분에 변화를 주지 않고 반복하면 "영혼 없는" 연주자 혹은 실력 없는 연주자로 취급받았다. 이 부분에서 연주자는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인식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이 녹음에서는 음의 강약과 톤의 조절을 통해서 변화를 주는 초연함을 보여준다. 3악장 126소절에서는 저음이 대위법적으로 등장한다. 반복되기 전의 193소절부터 시작해서 13개의 소절 동안 페달 사용이 이어진다. 코다에서는, 16분음 셋잇단음의 업비트가 작품111의 C단조 소나타와 디아벨리 변주곡 22번째 곡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소절의 페르마타는, 그렇게 연주하기는 어렵더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지시 사항이다.

김선욱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지휘 공부에도 심도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휘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해,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이해와 포르테피아노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었다. 포르테피아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함이었다. 그 가치는 충분했다. 코다 페달의 사용(세 줄이 아니라 한 줄만 치게 하는 페달)으로 얻어지는 음색의 변화뿐만 아니라 C삽 단조 소나타의 1악장에서 들을 수 있는 앞서 언급한 페달 사용의 효과로도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음향 효과는 포르테피아노에서 얻을 수 있지만, 현대 피아노에서는 약음 페달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F단조 소나타 1악장의 첫 13개 소절은 피아니시모로 연주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음색의 변화도 요구된다. 그 결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다이나믹의 대조가 극명해지는 것이다. 최상의 기교로 펼쳐지는 탁월한 음향 효과와 넘치는 에너지, 이 두 가지가 1악장을 구성하는 양대 축이다. 김선욱의 연주에서는 이 부분이 단순히 기교적인 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마지막 코드에서 이것이 좀 더 명확해지면서 페르마타와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여운을 남긴다. 베토벤의 악보를 유심히 살펴보면 페달을 올리라는 지시가 없음을 알게 되는데, 이는 작곡자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바이다.

따라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베토벤 음악 해석에 대한 방대한 역사적 자료가 가진 관념에서 자유로우려면 악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요즈음은 원본 자료가 풍부하므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가 어떤 음향을 전해주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소나타에 대한 첫 연주자로서 베토벤이 어떤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후세 연주자들을 위해서 어떤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는지 하는 것이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작품110의 A플랫장조의 느린 악장과는 달리 베토벤의 작품에는 매우 많은 부분이 연주자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특히 첫 12개의 소나타가 그러하다. 악보를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과 지식, 스타일, 개인적 느낌에 의한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미하엘 라덴부르거

 


리즈 콩쿠르 최연소 및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발군의 행보를 보여온 김선욱이 베토벤 3대 피아노소나타를 수록한 앨범을 독일 악첸투스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 발매한다. 
2015년 11월에 발표한 발트슈타인, 함머클라비어에 이은,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사이클의 두 번째 앨범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음향을 자랑하는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2016년 8월에 녹음되었다. 이는 2015년 6월 2장의 앨범 녹음 이후 14개월 만에 이루어진 새로운 녹음작업이다.

음악역사상 가장 사랑받아온 피아노 소나타이자 레코딩 역사상 가장 많이 녹음되어온 피아노 소나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비창(1798), 월광(1801), 열정(1805)을 수록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는 레코딩이다. 30대의 길목(1988년 4월생), 리즈콩쿠르 우승(2006년 9월) 이후 10년 - 음악의 정수를 향해 묵묵히 걸어온 그간의 순례의 여정, 깊은 성찰과 부단한 단련을 거쳐온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적 면모 돋보이는 명연을 선보이고 있다. 

어떤 피아니스트로 남고 싶은가 - 약 10년 전 리즈 콩쿠르 우승 직후 십대의 피아니스트에게 물은 이같은 질문에 대해 “항상 발전하는 음악가, 생명력이 긴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던, 그 실체적 결과물을 매번 현재진행형으로 경험케 해주었던 한 믿음직한 피아니스트가 내미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앨범이다. 젊은 고전주의자의 베토벤 -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를린의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녹음한 지난 프랑크와 브람스의 작품집은 김선욱의 베토벤 사이클 첫 번째 앨범 발매 직후 두 번째로 선보인 음반이었다. 연속성의 차원에서 다소 느닷없는 레퍼토리의 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그의 베토벤관을 매우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전주곡에 다름이 아니었다.
특히 첫 곡인 프랑크의 <프렐루드, 코랄과 푸가, FWV21>는 작곡가가 의도적으로 바흐시대의 대위법을 근간으로 베토벤, 리스트로 이어지는 피아노 음향의 확장 과정을 효과적으로 혼합하여 19세기적 상상력으로 버무린 대작이다. 이번에 새롭게 녹음한 <비창>, <월광>, <열정>은 일명 베토벤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불리는 매우 ‘유명한’ 작품들로, 음반의 내지를 쓴 음악학자 미하엘 라덴부르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주자가 특별한 답을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녹음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선욱은 프랑크가 의고적 어법을 통해 새로운 19세기적 음향을 구현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 특유의 고전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인상적인 결과물을 제시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마치 빌헬름 켐프와 같이 작품의 뼈대를 매우 견고하게 설계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세 개의 소나타 모두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지고 있는데 작품의 너비와 깊이가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열정> 소나타에 이르러서 한층 빛을 발한다. 
특히 1악장 「운명의 동기」가 파국처럼 등장하는 파트를 들어보자. 빛과 어둠의 이미지가 매우 큰 낙폭으로 대비되며 긴장감이 고조되지만 너비가 깊이를 초월해서 작품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다. 하성부와 상성부의 균형적인 음량배분을 통해 단단한 골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조를 너무 강조하면 톤이 무채색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김선욱은 음색을 조탁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페달링을 구사하며 배음의 확산을 자연스럽 개방하여 특유의 어둡게 착색된 톤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담백하나 건조하지 않고 촉촉하나 눅진하지 않은 톤은 완전히 김선욱의 것이다.

<비창>소나타의 템포는 매우 신축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그라베-알레그로 섹션의 템포 변화를 미묘하게 변화시켜 세밀한 표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라베 파트의 템포는 반복되며 점점 느려지는 인상인데 작품의 내적 구조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주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월광>은 앞서 언급한 김선욱의 짙은 톤으로 인해 그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작품이다. 장송곡의 분위기에 걸맞는 음침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아도 톤에 내재된 어두운 색채가 작품의 비극성을 부각시킨다. 음울하고 난폭한 1, 3악장 사이에 핀 한 떨기 꽃 같은 알레그레토 악장은 그간의 무게감을 떨쳐낸 듯 가볍게 노래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고유의 중량감은 여전히 느껴진다. 3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는 최근 들어본 연주들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매우 격렬한 연주이지만 하성부에 무게중심이 잘 배분하고 아고긱을 과용하지 않은 탓에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으며 쾌적한 템포와 폭발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안정적인 연주를 들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선욱이 모범적인 연주로 손꼽는 언드라시 시프의 연주와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두 연주는 템포의 설정이나 반복지시 등에서는 일부 비슷한 면을 보이지만 해석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결을 달리한다. 특히 시프가 안젤로 파브리니 버전의 뵈젠도르퍼와 스타인웨이를 이용하여 무채색에 가까운 투명함을 지향했다면 김선욱은 현재까지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모델 D를 이용하여 기본적으로 무게감과 색채감이 있는 밀도있는 톤을 선호한다. 이미 종결된 시프의 베토벤 사이클이 작품에 부과된 내적 무게를 덜어내는 작업이었다면 김선욱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고전적 면모로 베토벤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무게감에 자신의 중량을 더 얹어 놓은 것 같다. 현재진행형인 베토벤의 여정에 단정적인 수사를 첨언하고 싶지 않지만 김선욱의 베토벤은 분명히 새로운 고전주의자의 탄생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음악칼럼니스트, 노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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